민주당의 '한광옥 대표호' 출범이 진통을 겪고 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시작된 반발 움직임이 지도부로 확산되면서 당과 청와대의 갈등이 폭발양상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한 대표 반대파들이 세규합을 시도하고 있고 청와대도 교체불가를 못박으면서 정면돌파에 나섬에 따라 대표인준을 위해 10일로 예정된 당무회의에서는 유례없는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반발확산=일부 최고위원들이 '한광옥 비토론'을 주도하고 있다. 김근태 정대철 최고위원은 9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과 대통령,나라를 위해 대표에 내정된 한 실장과 이한동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나아가 동교동계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위원은 "당 위에 군림하는 계보가 있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나머지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은 당무회의 연기를 요청한 뒤 "특정계보(동교동계)가 동의해 당무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가 이뤄진다면 표결에 참여하겠다"며 정면 대응방침을 천명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21'도 이날 모임을 갖고 한광옥 대표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탈당을 예고했던 김성호 의원등 3인은 이를 철회했다. 이에앞서 지난 8일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광옥 대표 내정과 관련,김근태 정대철 장을병 최고위원 등이 김대중 대통령의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격론이 벌어졌다. 김 위원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고,장을병 정대철 위원도 "현 상황을 재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한화갑 이인제 박상천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고,김중권 대표와 김원기 김기재 최고위원은 '수용불가피론'에 무게를 실었다. 당은 이같은 논의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 정면돌파=청와대측은 당 일각의 재고요청에 유감을 표하면서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당내 여러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 실장을 내정한 것"이라며 "일부 최고위원의 움직임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남궁진 정무수석도 "재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이 어려운 만큼 의견을 하나로 모아 화합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