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과 불량채권의 이중 악재에 발목이 잡힌 일본 민간은행이 9월 중간결산을 앞두고 탈진상태에 빠졌다. 30% 이상 폭락한 주식의 평가손실을 장부상에 반영해야 하는 강제평가제도가 이번 결산기부터 도입된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회계방식 변경으로 은행들이 주식평가손실의 60%를 자기자본으로 메우게 됐다며 주식이 대출채권 외에 또 하나의 불량채권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이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부풀리고 이는 자본잠식으로 이어지면서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15개 대형은행의 유가증권 평가익은 9년전만 해도 17조8천억엔에 달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이달초에는 마이너스로 급반전된 것으로 분석됐다. 도쿄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UFJ 등 일본의 4대 은행그룹은 중간결산에서 적게는 수백억엔에서 최대 2천억엔의 주가평가손실을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무이익으로 주식평가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최종적자를 내야할 은행도 적지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일본 대형은행의 자기자본은 지난 3월말 현재 23조엔에 달해 자기자본비율(BIS)이 모두 10%를 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금융시스템 붕괴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7년말과 같은 비상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잉여금은 최근 9년간 부실채권이 산더미처럼 불어나면서 11조엔에서 3조엔으로 격감했다. 또 자기자본 중에서도 9조엔은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메워진 상태다. 은행중에는 중간배당을 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 생겨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 최종결산에서도 배당하지 못할 경우 우선주를 보유중인 일본 정부의 지분에도 의결권이 발생해 사실상 국유화의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은행의 보유주식은 총 44조엔어치에 달해 도쿄증시 시가총액의 약 8분의 1에 이르지만 보유자산이 속속 곪아터지면서 은행자체의 주식값도 2백∼3백엔대까지 추락한 것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