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뒤에는 으레 숨겨진 얘기가 있게 마련이다. 지난 7일 끝난 한빛증권클래식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김은영(29·아시아나CC) 프로도 예외는 아니다. 김 프로는 특히 전직이 캐디였기에 그녀의 우승은 더 주목을 끌었다. "'캐디 출신'이라는 수식어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실제가 그러니까요. 캐디라는 직업은 본인만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대가를 받는 직업입니다. 4시간여 동안 함께 라운드하다 보면 골퍼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김 프로는 지난 92년 아시아나CC 경기과 직원으로 입사했다가 94년 '뜻한 바 있어' 캐디직으로 전환한 뒤 지난해까지 7년 정도 캐디생활을 했다. 입사 초기 같은 골프장에 근무하던 남편 김대영(28)씨를 만났고 그가 입대한 94년 본격 골프채를 잡았다. 10회 도전 끝에 지난해 9월 프로테스트에 합격했으며 올해는 바로 프로 데뷔연도인 셈. "돈이 없어 누구에게 배울 형편도 못됐기 때문에 혼자서 연습했습니다. 에버랜드 연습장을 주로 이용했지요. 하루 2라운드를 손님과 함께 돈 뒤 저녁에 에버랜드에 가 밤 늦도록 연습했습니다. 그 곳에 근무하던 이강선 프로가 '내가 좀더 지도했으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됐을텐데'하고 가끔 말합니다" 독학인데도 불구하고 김 프로의 스윙은 여느 선수들에 비해 크게 흠잡을 데 없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2백40∼2백50야드로 장타자에 속한다. 주무기도 드라이버샷이다. "드라이버만 잡으면 마음이 놓입니다.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든 러프에 떨어지든 이상하게 다음 샷을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김 프로는 이번 우승으로 2천7백만원의 상금을 탔다. 용인의 집세(전세 2천5백만원)보다 많은 거액이다. 지난해 드림(2부)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시아나CC 직원들에게 크게 한턱 낼 계획이다. 상금 못지 않게 그녀를 고무시킨 것은 10,12월 제주에서 열리는 'CJ나인브리지클래식'과 한·일 대항전에 출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정규교습을 받지 않고 데뷔한 늦깎이지만 프로 초년생으로서 미 LPGA투어와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캐디 출신 프로로서 아마추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대답한다. 예컨대 '2백야드는 5번우드'식의 고정관념은 자신을 '오버'하는 데서 나오는 착각이고 이는 스코어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녀는 또 캐디를 얕잡아보는 편견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