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9·7개각'에서 통일부 및 DJP공조 파기로 발생한 자민련 출신 장관직을 중심으로 보각수준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국정의 안정적인 운용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당초 경제부처장관을 포함한 10개 부처 이상의 장관을 경질,행정부의 면모를 일신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크게 벗어난 것이다. ◆5개 부처장관 교체=우선 통일부장관에 홍순영 주중대사를 임명한 것은 임동원 전 장관의 해임과 상관없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신임 홍 장관은 (햇볕정책에 대한)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지지를 이끌어낸 사람"이라며 발탁 이유를 설명,그의 임명이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 등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통령은 또 DJP공조파기의 '공백'에 민주당 인사를 전면 배치,집권당에 힘을 실어주었다. 민주당의 유용태 유삼남 의원을 노동부와 해양수산부장관에 발탁함으로써 집권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공조파기를 선언한 자민련에 대해선 관계를 분명하게 정리했다. 정우택 해양수산부장관을 비롯 김용채 건교,한갑수 농림부장관 등을 교체한게 이를 말해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민주당 인사의 기용이 많은 것은 집권후반기를 맞아 당료들이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성과 개혁성,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대거 발탁하고 지역안배를 고려한 점도 특징이다. 외교전문가인 홍 장관을 비롯 김동태 농림부장관 등 나머지 4명도 나름대로 전문성과 개혁성,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5명의 신임장관 출신지역이 충북(홍순영)과 경남(유삼남) 경북(김동태) 경기(유용태) 전남(안정남)등 5개 시·도로 고르게 분포된 것도 특징이다. ◆경제팀 유임배경=경제팀 유임은 'DJP공조 파기'로 가시화된 정치권 핵폭풍이 경제쪽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팀을 바꿀 경우 김대중 정부 스스로가 경제운용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고,그 부담은 결국 청와대와 집권여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올해 3월 입각한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주축으로 한 경제팀은 '구조조정과 경기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꾸로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문제에 발목이 잡혔고 경기마저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끊임없이 경제팀 교체설이 나돌아왔다. 청와대는 경제팀 경질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 부총리 후보를 물색했으나 거론된 인물들이 개혁론자 아니면 성장론자 두 부류로 뚜렷이 나누어져 있어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경제팀 유임을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곧바로 해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내년초 선거관리내각 구성을 앞두고 경제팀은 다시 한번 교체 여부의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연말까지 앞으로의 3~4개월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영근.현승윤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