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직 일률 규제는 잘못..'경제학 교육에서의 기업'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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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는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2층 중회의실에서 '경제학 교육에 있어서의 기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병주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노동 공급과 소비의 주체인 가계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강화됐지만 기업은 정경유착,문어발 확장 등 부정적 측면에 가려 순기능이 그다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각각 △기업이론과 기업인 △경제학에 기업 집어넣기 △기업 그리고 기업정책이라는 소주제로 발표했다.
배종렬 삼성물산 사장,신상민 한국경제신문 논설주간,안국신 중앙대 교수,윤영모 민주노동자총연맹 국제국장,이영선 연세대 교수 등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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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한국외대 교수("기업이론과 기업인")=실물 경제에서 기업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누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가에 따라 주가가 크게 변하는 현상이 단적인 예다.
90년대 들어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해지고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기업가에게 새로운 판단 능력이 필요해졌다.
과거에는 불확실한 경제 여건하에서 생산 요소를 구매,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적인 역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기업 자체를 상품화,생산.판매하는 일까지도 기업가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현대 기업이론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기업가의 존재를 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업가를 수요이론상의 소비자처럼 이윤 여가 명성 지배력 등 다양한 변수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단순히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금전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가정하기가 일쑤다.
현대 기업이론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심리학 경영학 등 인접 학문과 연계해 현대 사회에서의 기업가에 대한 본질을 규명해야 한다.
몇 가지 유형하에 정형화된 기업가상(像)을 제시하고 이를 기존의 기업이론에 통합시켜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교수("경제학에 기업 집어넣기")=기존 주류 경제학에서는 기업을 단순히 생산을 담당하는 주체로 파악해왔다.
그러나 기업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노동과 자본을 집어넣는다고 항상 똑같은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다.
기업은 능력과 지식을 창출하고 축적해 나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일종의 능력과 지식자원의 저장창고다.
이 창고속에 무엇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기업간 차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접근도 기업이 어떻게 지식을 창출.파악할 것인지(인지 메커니즘) 지식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하는지(조정 메커니즘) 어떤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동기부여 메커니즘)의 세 측면에서 다가가야 한다.
향후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거래비용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기업이 능력과 지식의 보유자요 관리자이므로 각각의 기업이 다르다는 것을 소개해야 한다.
이런 가정하에 기업간 모방과 혁신,다각화와 기업 성장에 대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와 한국적 기업모델인 재벌형 기업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기업의 내부조직,즉 내생변수는 CEO(최고경영자)와 이사회,주주총회로 구성되며 기업의 외생변수,곧 기업견제장치는 소비자와 경쟁사업자,주주,채권자,경쟁사 CEO 등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외생변수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도록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외생변수의 변화는 금융회사나 기업의 기본 행동을 변경시켜 경제의 본질을 바꿀 수 있지만,내생변수를 규제하면 형식의 변화는 가져올지언정 본질적인 변화는 초래하지 못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조직이나 이사회 구성 등은 주어진 기업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내생변수에 가깝다.
이는 기업 특성에 따라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정책의 목적은 기업경영 여건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민간영역에 속하는 내생변수는 가능한 한 기업 스스로 결정하도록 시장에 맡기되 민간경제 활동여건을 조성하는 외생변수를 조절함으로써 민간 부문이 효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기업정책은 법.제도의 개혁이나 각종 규제완화 등을 통해 시장이 기업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