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 10배 이상 튼튼하면서도 아주 가벼운 물질을 개발하면 항공 우주 자동차 철강 등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현재 팬티엄칩보다 1백만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미세 반도체를 개발할 경우 2백평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휴대용 PC만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과 함께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나노기술(NT)이 제시하는 이같은 비전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10년 안에 새로운 나노소자 등이 등장,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뒤바꿀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세계 각국은 나노기술이 21세기 삶의 지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힘겹게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노기술이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분자 레벨에서 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통상 1∼1백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제어하는 것인데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에 해당한다. 한때 과학계에서 원자나 분자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 박사가 1952년 "원자를 제어해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2백분의 1인치 크기의 정육면체에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당시에는 '미친소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1년 IBM 연구진이 전자주사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을 발명하고 원자나 분자의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파인만 박사의 예언은 현실화됐다. 매우 정교한 금속 탐침으로 원자를 움직여 원하는 위치에 배열하는 일이 이제 일반화됐을 만큼 나노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왜 나노기술인가 20세기에 개발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으로 만들면 16기가바이트 이상의 메모리칩 제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탄소로 구성된 대롱 모양의 신물질)를 이용하면 기가의 1천배인 테라바이트급 칩도 만들 수 있다. 초경량,초고강도 소재가 개발되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태양계 바깥까지 탐사할 수 있는 소형 우주선도 만들 수 있다. 의약품 성능의 획기적 개선도 예상된다. 단백질을 조절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 수 있으며 극소형 기기를 이용해 인체의 특정부위에 약물을 정확히 투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 아직까지 나노기술은 초기단계다. 따라서 투자 여부에 따라서는 일부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한다면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은 '선택과 집중'이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나노소자 분야 등에 역량을 모아야 하며 공동 장비사용,연구인력 양성,학제간 교류 활성화,우수인력 영입 등도 과제로 꼽힌다. 이조원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 단장은 "나노기술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며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