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하이닉스반도체의 앞날..강만수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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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말부터 떠들썩했던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은 현대자동차가 양재동으로 딴 살림을 차려 나갔을 뿐,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세계3위 메모리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로 온 금융권이 요란하다.
3조원의 출자전환과 2조원의 만기연장으로 하이닉스를 살리려는 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되자,5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안이 나왔으나,산업은행이 반대하고 나서 일은 꼬이고 있다.
당초 LG반도체를 인수시키고 회사채 신속인수방안까지 마련해 현대전자를 지원하던 정부는 "모든 결정을 채권단에 맡겨두고 있으며,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법대로 처리한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정부은행인 산업은행이 의외로 "외환은행이 마련한 안으로는 하이닉스를 확실히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이닉스 회사채 신속인수를 포함한 신규자금지원은 없다"고 나섰다.
하이닉스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17달러에서 지금 1달러로 폭락한 것에도 원인이 있겠지만,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지난해 매출 8조9천24억원,부채 11조6천4백2억원,그리고 손실 2조3천2백95억원을 기록해 그 전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부도를 낸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등 모든 기업들이 그랬듯이,부채와 매출액이 비슷하면 이미 회생불능상태에 들어가 정부와 채권단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지난 98년 가을 어떤 외국은행 간부가 "현대그룹을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대출금은 만기가 되면 전액 회수하고,회수가 어려우면 단기대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전자는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서 99년 3월에는 멀쩡한 LG반도체까지 인수해 동반부실상태로 몰고 간 것이다.
현대전자가 해외매각을 추진하고 있을 때 어떤 반도체 전문가는 "현대전자를 매각하기는 대우자동차보다 어려울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부채만 해결되면 기존 라인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지만,반도체는 1년마다 새 라인을 깔아야 하는데 현대전자는 2년이나 신규투자가 없었다.
현대전자가 살려면 9조원의 부채를 해결하고도 매년 2조원 전후의 신규투자를 위해 캐시플로에 플러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수하는 것보다 신규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낫다.
반도체는 종류마다 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사업인데 LG반도체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팀은 와해돼 버렸다.
인수할 현대전자는 사실상 없다"라고 했는데 그대로 되고 있다.
현대전자가 계열분리해 하이닉스반도체로 변신한 후 반도체 이외 사업은 정리하며 회생노력을 하고 있을 때 은행의 어떤 간부가 "하이닉스는 매각도 회생도 모두 어렵다.
LG반도체 부문이라도 떼어서 LG로 돌려주면 한결 수월하겠는데 빅딜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 정부가 받아들일 것 같지 않고,지금은 LG가 돌려 받지도 않을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반도체의 크기와 가격은 '극미세(microscopic)'하게 줄어들고,반도체 관련제품을 추가 생산하는 한계비용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고 한다.
IT산업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기존 제품의 가격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고,신기술과 신투자에 의한 신제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매년 4조원 전후의 신투자를 하고 신기술에 의한 신제품을 생산하는 메모리부문 세계 1위의 삼성전자도 살아남기 위해 감량체제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IT산업의 오늘이다.
개입하면서 안하는 체하는 정부,살릴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끌려 다니는 은행,죽기 전날까지 살릴 수 있다고 버티는 기업의 행태는 세월이 흘러도 그 모습이다.
이러한 행태부터 먼저 '구조조정'한 다음에야 진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안되는 줄 알면서 윗사람의 지시 때문에 밤을 새우며 없는 대안을 마련해야 했던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mskang36@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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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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