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파워] 1부 : (3) '學.硏 싱크탱크 그룹'..대부분 유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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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는 거대한 도박장이다"
지난 2월 이 한마디가 중국 경제학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진원지는 원로 경제학자인 우징롄(吳敬璉)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
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개혁개방 이론의 밑그림을 그려준 인물이다.
내부자 거래, 검은 돈 유입, 기금의 불법 매매 행위 등이 그가 꼽은 중국 증시의 문제였다.
이 발언으로 중국 경제학계에서는 "증시 도박논쟁"이 벌어진다.
우 연구원은 동료 경제학자로부터 "지엽적인 문제로 증시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표면 현상에 현혹돼 본질을 보지 못한 학자답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 연구원은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중국은 지금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
71세의 원로 학자인 우 연구원은 언론으로부터 '학자의 양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이닝 베이징대 광화(光華)관리학원 원장, 동푸렁 사회과학원 교수 등 유명 학자들이 토론에 가담하면서 논쟁은 곧 증시 건전화 논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중국 금융당국은 우 연구원이 말한 '도박장 증시'에 메스를 들이댔다.
불법기금 정리, 은행자금의 불법 증시유입 차단, 기업공개 투명성 증대 등의 증시개혁책을 내놓았다.
21세기 경제의 틀을 새롭게 짜고 있는 중국.
그 뒤에는 우 연구원과 같은 싱크탱크 그룹이 있다.
그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끊임없이 이론을 제공하고 조언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이다.
지금 중국 경제학계의 가장 큰 토론주제는 시장화.국제화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새로운 시장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경제연구소 판강(樊綱) 소장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면 '정부비용'은 높아지게 돼 있다.
이를 낮춰야 한다. 금융산업도 가능한한 업계 자율에 맡겨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베이징대학의 신예 경제학자인 장웨이잉(張維迎) 교수는 기업관리 차원에서 접근한다.
그는 "정부의 '정책 독점'을 파괴해야 한다"며 "산업과 산업,기업과 기업간 존재하는 모든 독점을 풀어라"고 강조하고 있다.
판 소장과 장 교수의 견해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독점 해체 및 정부 지도가격 폐지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WTO 가입으로 가장 우려하는 분야가 금융이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이 분야 연구를 놓치지 않는다.
학자들은 특히 정부의 금융 산업 정책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던지고 있다.
런던대 박사 출신인 허리핑(賀力平)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중국 상업은행이 불량채권, 유동성문제, 서비스 불량 등의 체질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중국은 WTO 가입으로 인재유출, 자금유출, 고객유출의 '3대 유출'에 노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센터의 왕쑹치(王松奇) 교수 역시 "정부는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를 안일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건의로 금융권 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불량자산을 처리할 자산관리공사를 활성화하고 대대적인 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년이나 끌고 있는 중국 차스닥 설립.
이 문제에 대한 학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반대 입장이다.
중국은 아직 차스닥을 건전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증시여건이 형성되지 않았고 투자가들이 믿고 투자할 만한 선진 기업도 없다는게 이유다.
반면 판강 교수는 "중국 민영기업의 투자회수 길을 터준다"는 차원에서 즉각적인 개설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는 린 소장의 견해에 더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 일본 서방 경제가 악화되면서 중국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가 경제학계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 분야 논의도 뜨겁다.
국가통계국의 추샤오화(邱曉華) 대변인은 거시경제 전문가로 더 잘 알려진 인물.
그는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불황은 올 하반기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도는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지금 부동산 자동차 통신 교육 관광 등의 분야에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커다란 경기후퇴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지난달 올 상반기 경제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올 7% 성장은 무난하다"고 자신했다.
현재 중국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 중국전문가들은 대부분 해외유학 경험이 있다.
그들은 서방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
또 중국의 경제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경제논리와 현실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중국식 자본주의'를 만들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