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정보기술 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 자리잡은 칭화(淸華)대학. 공과 위주의 대학이면서도 이웃 베이징대와 중국 최고 대학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명문이다. 칭화대 물리학과의 상런청(尙仁成) 교수. 그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자기가 못한 노벨상의 꿈을 후학들이 이뤄주길 바라는 소망이다. 상 교수는 지금 그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특이한 학과를 맡고 있다. '노벨 반(班)'이 그 것. 학과의 원래 명칭은 '기초과학반'이지만 외부에는 노벨 반으로 더 잘 알려졌다. "학생들은 수학 물리 등 노벨상과 관련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장래 노벨상을 탈만큼 높은 전문지식을 갖추라는 뜻이지요" 상 교수는 '노벨 반'의 작명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학과가 생긴 것은 3년 전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국적의 중국인 양전닝(楊振寧) 박사가 "노벨상 수상자 중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해 모교인 칭화대학에 건의, 이뤄지게 됐다. 시작부터가 노벨상을 겨냥한 학과였던 셈이다. 이 학과는 학생선발부터 다르다. 칭화대 다른 학과로 입학한 학생 중 물리 수학 점수가 뛰어난 학생을 가려 새로 반을 구성했다. 일종의 '노벨상 태스크포스'인 셈이다. 생물학과로 들어온 학생이 노벨 반에서 공부하고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는 식이다. 현재 학생은 3개 학년 1백여명이 넘는다. 선발된 학생은 노벨상을 목표로 교육받고 있다. 중국의 최고 과학자들로부터 거의 개인교습을 받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1∼2학년은 기초과학 분야를 포괄적으로 공부한 뒤 3학년부터는 물리 또는 수학 등 한 과목을 선택,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중국 학생들은 논리와 수리에 밝아 잘만 지도하면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의 연구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해외 자연과학 분야 석학들을 만날 기회를 자주 줍니다" 상 교수는 "아직 졸업생이 없지만 졸업한 학생이 원한다면 학교 주선으로 해외 유학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노벨 반을 둔다고 노벨상을 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수학생들을 뽑아 잘 가르쳐 나간다면 중국의 순수과학 수준은 노벨상에 점점 더 가까워 질 겁니다. 10년 정도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50∼60여명의 과학자들을 배출할 자신이 있습니다" 환갑을 넘긴 노(老)교수의 목소리가 연구실을 카랑카랑 울렸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