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기 스타라도 겹치기 출연은 곤란해..." 대형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아시아에서 일부 인기 연예인들이 겹치기 TV 광고 출연을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렷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격, 뛰어난 가창력으로 일본 연예계를 주름잡고 있는 인기 가수 겸 배우 기무라 다쿠야(29). 미국의 의류업체 리바이스가 지난 99년말 그를 자사의 청바지 모델로 채택했을 때 이 회사는 기무라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은 "대박"을 확신했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첫해 판매율은 10% 상승을 기록하면서 일단 성공적인 선택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광고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JCB카드, 기린맥주, 산토리 위스키, 도요타, NTT 이동통신 등 사방팔방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자 소비자들은 혼동스러워했다. 그러자 매출도 뚝 떨어졌다. 리바이스측은 "기무라가 소비자들을 혼란시켜 오히려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시켰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유명인이 여러 광고에 출연하면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어서 상품 선전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결국 스타의 인지도만 높아지고 브랜드의 이미지는 희석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한 스타가 노래와 연기, 모델 등 온갖 분야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이러한 겹치기 출연의 사례가 흔할 수 밖에 없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렇듯 여러 광고에 겹치기 출연함으로써 정작 자신이 홍보해야할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빨아먹어 버리는 유명인을 가리켜 "비디오 뱀파이어(Video Vampir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맹점을 알아차린 기업들은 최근 인기 스타를 쓰는 대신 무명 모델을 등장시켜 상품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광고 전략을 바꾸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이후 아시아 지역 광고시장에서 스타가 출연하는 광고 비중은 50%에서 10%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