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공청회를 통해 내놓은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 지분소유 한도를 4%에서 10%로 확대하되 산업자본에 대해서는 4% 제한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까지 소유하려면 2년내 비금융사업을 정리하고 금융전업 기업(총자산 기준 75% 이상)으로 변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 배경은 은행에 대한 지배주주 출현을 허용함으로써 책임경영을 확보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이 지시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조기 민영화에도 유리하도록 은행소유구조를 개편하려는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개정안은 산업자본에 대해 지나친 규제로 국내인수 주체의 등장을 여전히 불가능하게 해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감독인프라가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산업자본에 대해 어느정도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제시된 산업자본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25% 이상이거나 총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인 기업중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비금융사업을 정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현실을 무시한 단순논리다.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다 수익성도 불투명하고 온갖 제약이 따르는 은행지분 10%가 매력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 의한 과점주주 체제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는 관치금융의 연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자체의 지배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이렇듯 책임있는 지배주주 등장을 가로막으면서도 당장이라도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지배가 이뤄질듯이 대주주 범위확대, 대주주 총여신공여한도 도입, 교차여신 금지 등 온갖 규제장치를 신설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대로 개정안에 따른 규제하에서는 지배주주 등장은 요원하다. 이 경우 은행소유 구조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규제만 강화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경영능력 있는 지배주주군의 출현이 가능하도록 전면 수정돼야 한다. 산업자본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10%로 돼 있는 상한도 상향조정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지배주주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은행법은 개정하지 말고 그냥 두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