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여드레만에 1,280원대를 깨고 내렸다. 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나온다는 월말 분위기와 엔화 강세가 환율 하락을 조장한 가운데 그동안 1,280원에 지지선을 댔다고 인식돼 온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다만 물량 공급이 여의치 않아 일방적으로 흘러내리지는 못했다. 물량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급상황에 대한 민감도보다는 달러/엔 등의 재료에 의한 등락이 예상된다. 하락 범위는 1,278원이 새로운 지지선으로 형성된 가운데 위쪽으로는 1,281원을 넘기기 힘들어 보인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80원 내린 1,279.10원에 오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개장 40여분후 1,277.90원까지 흘러내렸으나 이후에는 주로 1,278원선에 들러붙었다가 장 막판 달러/엔과 동반 상승했다. 전날보다 1.90원 낮은 1,279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부터 레벨을 낮춰 1,278.10원까지 내렸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은 대체로 1,282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진 끝에 1,281/1,282.50원에 마감했으나 최근 다음날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졌다. 오히려 119엔대로 내려선 달러/엔이 개장가 형성에 기여했다. 이후 환율은 주로 1,278원선에서 레벨 조정에 나서다가 10시 10분경 1,277.90원으로 저점을 내렸으나 추가 하락은 저지된 채 1,278원선에서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오전장 마감 20여분을 앞두고 120엔대로 뛴 달러/엔을 보고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면서 11시 42분경 1,279.80원까지 낙폭을 줄인 뒤 1,279원선을 유지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날 하이닉스 반도체 미국법인의 신용등급을 Caa1으로 하향조정 했으며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불안감 증폭은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체들은 물량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1,278원선에서 결제수요가 나와 환율 하락에 힘을 싣지 못했다. 수급은 시장에 영향을 그다지 끼치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낮 12시 9분 현재 120.11엔으로 소폭 오름세다. 전날 뉴욕장을 119.87엔으로 마감한 달러/엔은 구로다 재무관에 이어 시오카와 재무상이 재차 엔 약세 유도를 위한 발언에 소폭 위쪽으로 향해 오후 들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면 환율도 반등의 여지가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앞서 구로다 재무관은 "엔화는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7월 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거듭된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 유도 발언이 달러 약세 흐름과 함께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하루걸러 119엔과 120엔대를 오가는 혼조세다. 나흘 내리 주식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낮 12시 10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99억원, 16억원의 매수 우위다. 전날 외국인 순매수분 1,134억원중 일부가 오후부터 시장에 조금씩 공급될 것으로 보이나 큰 물량은 자제될 듯.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에 의해 달러되사기가 유입됐다"며 "포지션은 적정하고 업체는 외환거래에 여전히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책은행은 자체 매수외에 개입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오후에는 달러/엔과 국내외 증시, 하이닉스 신용등급 하락 등의 재료가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오루 거래범위는 1,277.50∼1,281원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수급 자체보다는 달러/엔에 밀접하게 반등하면서 움직일 것"이라며 "월말이라 위로는 제한되고 아래쪽으로도 공급이 쉽지 않아 박스권 흐름을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