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제작한 한지위에 입체감이 돋보이는 부조 회화를 펼쳐 보이는 한국화가 임효(46)씨가 오는 9월5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제13회 선미술상' 수상을 기념해 마련되는 전시회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선미술상뿐 아니라 미술세계작가상 동아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비경을 담은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소품 위주지만 3백호크기의 대작도 내놨다. 한국화가중에서 임씨 만큼 한국화의 정체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도 흔치 않다. 기성한지를 마다하고 수제한지를 이용한다거나 먹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국화의 전통적인 소재나 재료, 판에 박힌 기법까지도 작가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판단해 선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을 그릴까보다는 어떻게 그릴까를 먼저 생각하는 편입니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임씨는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수제한지는 만드는 작업도 복잡한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작가들이 쉽게 택하지 않는 소재다. 그는 수제한지를 일정한 형태의 종이판으로 떠내고 그 과정에서 염색을 사용한다. 바탕에 색을 사용함으로써 대리석과 비슷한 질감을 낸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임씨의 경우 종이작업 과정속에 이미 작품의 절반 가량은 완성된 셈"이라며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종이판은 두꺼운 마티에르의 질감이 단연 돋보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복잡한 제작과정과 달리 화면에 드러나는 작품세계는 삽화같은 가벼움, 편안함이 담겨 있다. 바탕화면에 어지러울 정도로 피어있는 꽃들은 인간모습을 상징하듯 제각각이다. 여기에 갈물 치자물 등 천연물감과 먹을 사용해 윤곽을 드러내는 산정자 소나무 등의 화면은 '몽유도원도'를 대할때 느껴지는 관념적인 산수화가 아니라 산뜻하면서 가벼움이 담겨 있는 산수화다. 미술평론가 윤진섭(호남대 교수)씨는 "그의 최근 작은 그린다기 보다는 만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시각적인 면보다 촉각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여러개의 장면들을 부조로 된 칸막이에 나열한 '장자'라는 작품은 회화에 조각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9월18일까지. (02)734-045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