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을 단 듯한 태평양의 기세는 숫자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99년 매출 6천8백40억원에 순이익 4백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7천9백30억 매출에 순익 8백47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급성장세가 지속돼 4천8백85억원의 매출에 순익 8백35억원을 기록했다. 반기순이익이 작년 한해 수준에 맞먹는다. 화장품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라네즈 헤라 설화수 아이오페등 4개 브랜드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1천억을 돌파했다. 주력제품의 호조와 함께 쾌남등 남성화장품 부문도 선전하고 있다. 호조의 실적은 주가에도 반영돼 최근엔 "태평양 칩"이라는 신조어도 탄생시켰다. 올들어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은 올해도 매출액이 10%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제품군을 비롯 작년초 발매한 마트전용 화장품 이니스프리의 시장점유율이 안정돼 있고 중국 유럽 미국등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비결=소비경기 둔화라는 불황속에서도 빼어난 실적을 기록한 것은 수익성위주로 재편된 사업구조 덕택이다. 95년이후 한때 단기차입으로 유동성을 해결할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했지만 지금은 유보율이 8백%를 넘는다. 부채비율은 68%수준에 불과하다. 태평양은 90년대초반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화학산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야구단 스포츠단,증권사등 모두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다 재무구조가 부실해졌다. 여기에 P&G유니레버 로레알등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들의 공세까지 겹쳐 큰 어려움에 처했다. 이를 타개한 것은 지난 95년 서경배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서사장은 "본업에 충실하자"는 화두를 실천하기 시작,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도 과감히 잘라냈다. 유사업종은 한데로 묶어 효율을 꾀했다. 95년 태평양 돌핀스의 매각을 시작으로 패션사업,여자농구단등을 차례로 넘겼다. 이어 98년부터 2001년까지 상호신용금고,동방커뮤니케이션즈 등을 하나씩 정리,현재는 8개 회사만 남았다. 또 전사적 비용절감운동과 아웃소싱으로 95년 45%에 달하던 원가율을 33%까지 끌어내렸다. 인원도 대폭정리해 1만2천5백명이던 그룹직원이 올해 4천5백명선으로 줄었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태평양은 국내 1위라는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97년 세계화장품 브랜드들의 전장터인 프랑스에 향수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를 출시해 2년만에 시장점유율 5위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샤넬 NO.5가 10년을 투자해 얻은 결실을 단 2년만에 해치운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점유율이 1% 이상만 돼도 성공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태평양은 현재 2.2%선인 이제품의 점유율을 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잡고 브랜드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도 호조세다. 선양공장의 초기투자비용을 이미 회수하고 누적손익도 작년기준 8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올 하반기에는1천5백만달러를 투입한 상해공장도 문을 열어 대륙시장 공략이 본격화 된다. 물류시스템의 선진화는 물론 고객관계관리(CRM)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태평양은 올 8천7백억원의 매출과 1천3백억원의 경상이익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이 본격화된다는 뜻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