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 두 백화점이 상반된 PB(Private Brand·자체상표)전략을 펼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는 최근 대대적인 PB상품 개발을 시작한 반면 신세계는 지난 30여년간 유지해온 자체 개발브랜드 영업을 중단하는 등 PB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PB개발은 타점포와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 하지만 백화점이 기획과 생산을 직접 책임지면서 재고까지 떠안아야 하는 등 각종 위험부담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는 PB상품 개발에 대해 국내 양대 백화점이 각기 다른 전략을 펴자 업계 관계자들은 "두 백화점의 PB전략 성패에 따라 패션업계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1∼2년 내에 의류매장의 20% 이상을 자체상표로 채우겠다는 계획아래 PB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각 층별로 적어도 2∼3개의 '롯데 독점 제품'을 만들어 조만간 매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엔 일본 마루이백화점의 의류브랜드를 독점 수입,판매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제품개발만 담당할 PB상품팀을 구성하기 위해 인력보강에도 나섰다. 이같은 롯데의 갑작스런 PB붐에는 신동빈 부회장의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이세탄이나 마루이 등 일본의 백화점처럼 활발한 PB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매장으로 꾸미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67년부터 PB를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기존 의류 자체상표를 모두 정리하는 등 PB사업을 대폭 줄이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바니테일러 베스띠돈나 베스띠옴므 남성복 아이비하우스 등의 영업을 중단했다. 또 샤데이 여성복 아이비하우스는 최근 분사시켰다. 올들어 퇴출된 PB는 4개에 달하는 반면 신규PB는 미스코드와 에스피나 등 2개에 불과하다. 신세계측은 "그동안 PB상품이 백화점 이미지를 높여주는 등 공로도 많았지만 수수료 매장에 비해 효율이 높지 않아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가 30년 넘게 공들인 PB사업을 포기하는 시점에 롯데는 반대로 PB개발에 적극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의 PB확대 전략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 오너 주도하에 적극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기대와 "매출지상주의의 대표주자인 롯데가 단기간에 이익 보기 힘든 PB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