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 움직임을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흔적을 지우자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21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을 앞두고 금리인하 폭이 엔화와 국내외 주식시장을 거쳐 원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여 큰 폭의 등락은 자제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1,290원 이상은 달러/엔의 큰 폭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1,280원 아래로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0.50원 오른 1,286.10원에 마쳤다. 오전장은 1,287원선에서, 오후장은 1,286원선에서 붙박이처럼 들러붙어 변동성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개장초 이월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으로 넘어온 탓에 달러 되사기가 나와 환율 상승 분위기를 주도했다. ◆ 불투명한 향후 전망 =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덧붙여 대내외적으로 환율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시장참가자들의 이견은 거의 없다. 진념 부총리가 전날 달러/원뿐 아니라 엔/원 환율도 중요하다는 발언은 정부에서 원화 가치의 절상을 쉽게 용납하지 않으리란 인식을 읽게 하고 있다. 부진한 수출에 대한 정부의 대책 가운데 하나가 환율임을 상기시켜주는 셈. 엔/원 환율은 1,070원까지 다다랐으며 환율의 변동성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방향은 아래쪽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 한데 당국의 견제나 달러/엔 움직임을 봐서는 당분간 큰 폭의 등락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단기적으로 FRB의 금리 인하 소식을 기다리며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1,284∼1,288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이 120.10∼120.50엔 범위에서 FOMC미팅을 기다리며 제한된 흐름을 보였다"며 "부총리 발언에 따른 아래쪽 경계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일 NDF정산관련 매물이 꽤 되는데 이를 역외에서 매수해 주느냐 여부와 지난 금요일 1,000억원이 넘는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자금이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향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며 내일은 1,280원대 초반에서 1,288원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 재료 가뭄, 요인 부재 = 시장을 움직일만한 동인이 거의 없었다. 달러/엔 환율이나 수급상의 요건도 환율에 자극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달러/엔은 오후 5시 현재 120.15엔으로 지난주 말 뉴욕 마감가보다 소폭 내림세를 띠고 있다. 도쿄장에서 닛케이지수의 급락과 일본 정부 관료의 엔 약세 지지 발언으로 대체로 오름세를 유지하던 달러/엔은 120.50엔 상향돌파가 좌절되자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말 달러/엔은 미국의 6월 무역수지 적자가 294억달러로 전달보다 9억달러, 3.3% 늘어난 데 하락압력을 받아 120.25엔으로 마감한 바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폭에 따라 하락 압력의 강도가 결정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잇단 달러가치 급락 경고에도 불구하고 달러/엔의 추가 하락이 저지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 즉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서만 고평가돼 있지 엔화에 대해서는 적정한 가치라는 의견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급상으로도 뚜렷하게 부각될 만한 요인이 없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NDF정산관련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대체로 관망세를 유지했다. 업체는 장 초반 결제수요를 유입시켰으나 1,288원 이상에서는 물량을 대기시켜 놓았었으며 모자란 시중포지션을 채워넣는 등 수급은 균형을 유지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0.40원 오른 1,286원으로 한 주를 연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저점인 1,285.40원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하면서 10시 7분경까지 1,286원선을 거닐었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환율은 미국 무역수지 악화 소식으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됐으나 나스닥 폭락이 아래쪽을 제한하며 보합권 영역인 1,286/1,287원에 마감한 바 있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과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이어지면서 10시 37분경 이날 고점인 1,288원까지 올라선 뒤 1,287원선에 옆걸음치며 1,287.8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낮은 1,287.4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40여분 동안 변동성을 잃은 채 1,287.30∼1,287.60원 범위에서 판박이 장세를 펼쳤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이 하락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선 것을 따라 아래쪽으로 기울면서 3시 52분경 1,286원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1,286원선의 굴레를 벗어날 요인을 찾지 못했다. 오후 거래범위는 불과 1.60원에 그쳤다. 장중 고점은 1,288원, 저점은 1,285.4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2.60원이었다. 사흘째 국내 증시에서 주식 순매수를 이은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146占？ 32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최근 환율에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는 흐름을 이었다. 오히려 주가가 10포인트 이상 떨어져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이 심리적으로 환율 상승을 도왔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지난 금요일보다 13.90포인트, 2.39% 급락한 567.09로 마감, 지난 9일 이래 거래일 기준으로 엿새만에 하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4,1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5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2,020만달러, 2억5,500만달러가 거래됐다. 21일 기준환율은 1,286.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