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이 균열을 쉬 용납하지 않고 있어 거래범위가 위아래로 단단해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환율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상충된 탓도 있지만 외환 당국의 특정 레벨에 대한 강한 의지가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휴가철이 마무리되지 않고 한산한 거래로 인해 장이 얇은 상태에서 하루하루 순간적인 분위기에 의해 좌우되는 장세다. 이번주 환율도 최근의 이같은 흐름속에 편입돼 장중 변동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일시적으로 1,270원대에 재진입을 고려해 볼 수는 있지만 대체로 1,280원대의 견고한 지점에서 발걸음을 옮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환율의 이동 거리는 '1,275∼1,290원'으로 예상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엔화 강세를 저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부단한 입놀림이 달러/엔 환율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 통화의 전반적인 강세와 보조를 맞추고 고점 달러매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이 원화 강세를 유도하지만 국책은행을 동원한 당국의 '1.280원 사수 의지'가 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을 묶고 있다. ◆ 5개월중 최저치 기록 = 지난주 한때 119엔을 경험하기도 한 급작스런 달러 약세 바람은 원화를 긴장상태로 몰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274.50원까지 저점을 기록한 뒤 1,278.50원에 마감돼 지난 3월 14일 저점 1,269.30원, 마감가 1,277.80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17일에 다시 달러 약세가 진정되면서 달러/엔이 120엔대로 올라서자 달러/원도 꽁무니를 좇아 1,285.60원의 강한 반등세로 마감했다. 국책은행이 아래쪽에서 단단히 받치고 있는데다 이같은 점을 감안한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가미됐다. 시중포지션이 부족했던 것도 장 막판 은행권이 달러되사기에 나서게 했던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이 좀 더 강해졌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중평. ◆ 달러화와 엔화 사이의 간극 = 지난주 달러/엔 환율은 곡예를 펼쳤다. 지난 14일 일본은행(BOJ)가 금융 완화 정책을 쓰겠다는 발표로 123엔대에 다다르며 오름세를 유지할 듯 달러/엔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달러화 고평가 경고에 맥없이 주저앉으며 한때 119.08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의 후퇴가 달러의 힘을 약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엔화를 강세로 돌리는 상호작용이 있었으나 엔화 강세를 바라지 않는 일본 정부의 거듭된 구두 개입이 힘겹게 달러/엔을 120엔대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오닐 재무장관도 일본 경제관료들의 의지에 화답하듯 CNN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한 달러에 의해 자본 수지 흑자기조와 투자 유인을 유지해온 미국으로서는 증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책변경을 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힘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은 한계가 있다. 지난주 말 발표된 미국의 6월 무역적자는 294억달러로 전달의 285억달러보다 3.15% 늘었다. 수출도 전달보다 2% 준 86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부진함과 동시에 감소세는 3개월째 이어졌다. 무역수지 악화에 따라 0.7%로 추계됐던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오는 29일 발표에서 하향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21일 발표 예정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도 이전과 달리 달러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경제이론상 금리인하는 자국통화의 약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 ING베어링의 외환 전문가인 찰스 스펜서는 "IMF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무역수지 발표는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의 전조"라고 말했다. 다만 엔화 강세에 대한 일본 정부의 거부감이 유로화보다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 절하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20엔 아래로 가는 달러/엔에 대해 민감한 보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달러 약세로 미 행정부는 제조업 등에 대해 어느정도 불만을 잠재웠다"며 "115엔까지 내려가게 되면 일본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므로 미-일 양국간 아묵적인 합의한 타겟 레인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본 정부가 120엔 아래서 구두개입에 거듭 나서고 있지만 117엔에 도달해야 본격적인 매수 개입에 나설 것"이라며 "당분간 119∼122엔 사이를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분위기는 추가적인 달러 약세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달러/엔은 박스권이 내려가는 정도로 예상된다. ◆ 당국 개입 경계감과 시장 활성화 논란 =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16일 장중 기록한 1,274.50원이하로의 흐름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국책은행이 1,280원에서 강한 지지선을 구축해 놓고 있는 것과 관련, 재정경제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勞효?대한 우려가 누그러진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의 필요 조건인 수출 촉진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구시대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견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보다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환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며 "이에 따라 팔고 싶어하는 주체도 아래쪽이 받쳐진다는 인식으로 저가매수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당국에서 시장중심의 사고가 아니고 옛날 식의 고집스런 행태가 나와 작은 움직임까지 간섭하고 있다"며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외국인들은 당국의 매수 개입이 있었다고 여긴다"고 정부가 시장의 발목을 잡아놓는 것에 대해 강한 어조의 불만을 내뱉았다. 수출활성화를 위해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부담감이 환율 하락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 그러나 최근 수출 급감의 주 요인은 우리나라의 주력수출품인 국제 반도체가격의 하락이며 환율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국의 통화 역시 달러화에 대해 동반 강세를 보이는 입장에서 가격경쟁력 차원의 수출 감소는 아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수요 감소가 수출의 감소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봐야한다. 일본과의 가격경쟁력 지표인 엔/원 환율은 이달초 1,030∼1,040원 근처에서 1,067원 정도까지 올라선 상태다. 당국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1,280원은 심리적으로 시장참가자들을 옭아매는 강한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이며 1,290원 이상은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쉽게 넘기 힘든 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뉴욕 증시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국내 증시도 이를 반영한 장세가 펼쳐지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최근 역외거래자와 통화하면 국내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역외세력도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야 위아래 막힌 흐름이 뚫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