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이 되기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기업들이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산·학협동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국내 6개 주요대학과 공동으로 만든 산·학협력의 모델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획기적인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1+1(2+2)방식'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임직원이 해당분야에서 1년간 근무한 뒤 이들 대학과 공동편성한 1년짜리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석사학위를 부여하고,2년 근무하고 2년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박사학위를 준다는 것으로 외국에도 없는 독창적인 모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이미 학교별로 디지털기술 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강점 학문분야에 대한 석·박사과정을 개설했고 임직원 1백25명이 등록까지 마쳤다고 하니 관심이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기업과 대학간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지금까지의 단순한 스폰서십이나 위탁교육수준에서 벗어나 특정분야의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하겠다.
이화여대와 SK가 상업적 성격의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LG전자와 연세대가 연구원과 교수를 서로 맞바꿔 근무토록 하는 인적교류 협약을 맺은 것이나,현대자동차가 6개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특별반을 만들어 정식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기술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도 산·학협동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전자의 프로그램은 대학별로 강점을 갖고 있는 학문내용을 산업현장에 접목,수익성 있는 기술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산·학협동의 새로운 시도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느냐는 전적으로 제도의 운영과정에 달렸다고 본다.그간 이공계의 우수 인력이 산업현장을 기피하고 대부분 연구소나 강단에 진출하기 위해 석·박사 학위취득을 선호해오고 있음에 비추어 삼성전자의 '특혜성' 학위취득 프로그램은 우수인력을 기업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충실해야 할 고급기술인력이 학위취득에만 신경을 쓰고 학교당국 역시 학사관리에 허점을 보인다면 이 제도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학위취득의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잘만 운용하면 적지않은 시너지효과를 거두게 되지만 잘못 운용하면 기업현장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학력 인플레나 허황한 분위기만 조성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