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거대한 패션몰이 들어서 젊은이의 거리로 돼버린 서울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하지만 이 곳에 "여덟가지 보물이 담겨진 둥근 것"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설사 이것이 있는 곳에 갔더라도 모른 채 나오기 일쑤다. 밀리오레 옆 중국집 동화반점. 2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집에는 메뉴판에도 없는 "팔보환자(八寶環子)"라는 이름의 요리가 있다. "팔보"는 여덟가지 귀한 보물,"환자"는 둥근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음식 "팔보채"로 미뤄 생각컨대 여덟가지 보물은 여러 해산물들과 버섯 죽순 등의 야채들이 분명하다. 하지만 "환자" 즉 둥근 것은 무엇일까? 둥근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 때문에 5만원이나 하는 이 요리를 시키고 만다. 20여분이 흘렀을까 저쪽 주방에서 너른 접시 위에 누런색을 띤 공모양의 것을 들고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이 마친 방금 땅에 떨어진 대포알처럼 보인다. 드디어 팔보환자가 우리 식탁 위에 놓인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손으로 날려보내고 둥근 것을 내려다 본다. 누런색 둥근 것 위에 전분과 대파로 만든 소스가 뿌려져 있다. 그 누런 것의 한부분을 깨자 마치 흥부의 박에서 보물들이 튀어나오듯 조개 관자,해삼,흰살 생선,조개 등이 하얀 김과 함께 터져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둥근 것은 정체를 알기 어렵다. 새끼손가락을 펴 터지지 않은 부분을 살짝 눌러본다. 따뜻한 기운과 약간의 기름기가 느껴진다. 빵같기도 하고 과자같기도 하다. 강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주인 진장원씨에게 무엇인지 묻는다. "곱게 다진 돼지고기를 녹말가루와 달걀로 잘 반죽해서 큰 공모양으로 만든 뒤 튀겨냅니다. 겉이 노릇노릇하게 익었을 때 꺼내어 속을 판 후 이 속은 자장면 고기로 쓰고 겉부분은 팔보환자에 사용합니다" 음식을 나눠주는 종업원이 과감하게 껍질과 해산물,소스들을 버무린다. 이것을 앞접시에 덜어준다. 소스 속에서 말랑말랑해진 껍집을 한 입 베어 문다. "미미(美味)". 다소 딱딱하고 느끼하게 보이던 껍질은 대파의 담백한 소스 속에서 느끼함을 잃은 부드러운 것으로 변해있다. 고소한 맛이 입안 구석구석 퍼지고 이를 뒷따라 해산물의 풍부한 맛이 전해온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에서 계속해서 침이 고이고 없어지는 껍질들이 못내 아쉽다. 해산물 맛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알맹이보다 이 껍질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이 집의 설명이다. (02)2265-9224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