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국판 孟母' 열전..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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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루스벨트가 성홍열에 걸려 기숙 학교 양호실에 격리돼 있을 때였다.
밖은 깜깜하고 몸은 안좋고 이리저리 뒤척이던 중 벽돌담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엄격한 학칙 때문에 면담이 허용되지 않자 어머니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유럽 여행을 중단하고 달려와 사다리 꼭대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어주는 억척 어머니.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보니 앤젤로 지음,이미선 옮김,나무와숲,1만6천9백원)은 미국 근현대사를 장식한 대통령 11명의 어머니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25년간 백악관을 출입한 "타임"지 기자.8번이나 대통령선거를 치렀으며 대통령및 그 가족을 주로 담당했던 여성 저널리스트다.
그는 대통령들의 성격과 정책결정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어머니"를 든다.
그들은 개인과 역사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지렛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교육과 열정의 힘으로 아이들을 단련시켰다.
교육의 첫 단추는 책읽기."플루타르크 영웅전"을 탐독한 아이젠하워나 "허클베리 핀""톰 소여의 모험"에 열중한 레이건,역사서적을 좋아했던 트루먼...
노동의 참 의미를 가르친 것도 눈여겨 볼 대목.가난 때문에 학비를 직접 벌어야 했던 자수성가형은 물론 케네디와 부시 등 부유한 집안 아이들도 땀의 대가로 돈을 모으고 그것을 쓰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아이젠하워의 어머니는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최고의 투자"라며 지식과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했다.
파이를 자른 아이에게 맨 나중 자기 몫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솔로몬식 공평함을 가르쳤고 석탄 나르기 등 집안 일을 시켜 공동체의 의무감을 심어줬다.
저녁식사 후에는 독서와 기도로 남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일깨웠다.
닉슨의 어머니는 늘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했고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 고함을 지르지 않는 방식으로 교육했다.
포드의 어머니는 아들의 "참지 못하는 성격"을 조절하도록 견제했으며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왔다.
카터 어머니의 일화는 워낙 많다.
수백권의 책과 검소한 생활태도로 아이들을 키운 그녀는 68세에 평화봉사단에 가입해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2년간 간호사로 일하며 선구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돈도 없고 가문도 내세울 게 없었던 레이건의 어머니는 이사를 하도 많이 한 탓에 아들이 외톨이로 떠돌 때조차 명람함을 잃지 않고 낙천적인 사고를 북돋웠다.
자유분방했던 클린턴의 어머니는 "절대 포기하지 말고 항복하지 말고 미소짓기를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
밀폐된 상자 속에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것을 다 집어넣고 나머지는 상자 밖으로 내 놓는 "상자 이론"도 그녀에게서 비롯됐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모자간의 사진과 가족들 모습에서도 위대한 어머니들의 가르침이 반짝거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