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의 도입 문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자립형 사립고란 국고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선발권 수업료책정권 교과과정 등 학교 운영 전반의 자율권을 갖는 학교를 말한다. 현행 평준화제도의 보완책으로 95년부터 계속 거론됐으나 번번이 유보돼 왔다. 국민정서상 적절치 않다는 까닭에서다. 이번에도 반대 이유는 마찬가지다. 수업료를 일반고교의 3∼4배씩 받으면 귀족학교가 돼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시키고, 중3병을 부활시켜 과외 열풍을 부르고, 종국엔 특화된 대입 전문고교로 변질될게 뻔하다는 논리다. 과거 명문고로 인한 학연의 폐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반면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쪽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평준화 교육으로는 벼랑 끝에 선 우리 교육을 도저히 바로잡을 수 없다는 쪽이다. 교육에도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이뤄져야 수준향상이 가능한데도 평등 이념을 앞세우는 바람에 획일적 기계적 교육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기회균등이 우선이냐, 차별화에 따른 수준 향상이 먼저냐'라는 사안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교육문제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공ㆍ사립 구분없이 무조건 학생을 배정하고 모자라는 재원은 국가가 떠맡는 대신 학교측에 아무 권한도 주지 않는 지금같은 상태에서 창의적 인재 육성은 불가능하다. 기존의 평준화 제도는 어찌 보면 공립은 물론 사학까지 독과점체제의 안온함에 기대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의 깊이는 그 폐단을 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아 교육시장에도 냉정한 국제경쟁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교육이민과 조기유학 열풍은 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경쟁의 냉엄함을 보여주고 남는다. 학교선택권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다. 차별화 교육에 대해 질시와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사학 지원 예산이 국ㆍ공립에 보다 충분히 투자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교육을 지켜내는 방법이 아닐까. 만병통치약은 없다. 국민정서를 핑계로 또다시 뜸들이는 일은 없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