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웅진코웨이 정수기에서 나온 물을 마신다. 낮에는 LG카드를 들고 쇼핑과 운동을 한다. 저녁엔 삼성 지펠 냉장고 앞에서 남편의 선물공세를 받는다. 밤이 되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 드라마폰을 들고 나간다. 요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유머로 제목은 "이영애의 하루일과"다. 탤런트 이영애씨가 무려 8개의 광고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이 우스갯소리를 들을 때마다 삼성전자는 기분이 좋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7일 "최근 각 계열사 광고를 중간 평가하는 그룹 광고 담당자 모임에서 지펠 냉장고 광고는 같은 모델이 출연하는 8개의 다른 광고와 차별화가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러나 "LG가 영화배우 심은하씨를 내세우는 한 이씨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 탤런트 최명길씨를 모델로 쓰다가 LG 디오스가 최고의 광고모델로 꼽히는 심은하씨를 모델로 내세워 시장점유율에서 바짝 추격해 오자 2억5천만원을 주고 이씨를 새 모델로 기용했다. 인물 광고와 실물을 닮은 인형(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두가지 광고를 찍어 양면 공격을 했으나 이씨가 여러 광고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바람에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도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3억원에 계약한 심씨가 최근 결혼을 앞두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때문이다. LG측은 "계약기간이 7월말로 끝난 후 재계약을 못했으며 심씨측을 만나 웃돈을 주고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도 "삼성이 이영애씨를 내세우는 한 심은하씨 외에는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양문형 냉장고의 광고모델 문제로 이처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삼성과 LG의 양문냉장고 광고는 내용도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병량 한양대 교수는 이와관련, "삼성과 LG가 서로를 너무 의식해 삼성은 LG처럼 되고 LG는 삼성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가 톱모델을 내세우고 서로를 견제하는 이유는 양문형 냉장고 시장이 매년 20%씩 팽창해 사실상 정체상태인 전체 냉장고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양문냉장고 클라쎄를 처음 출시한 대우전자는 삼성 LG와 차별화하겠다며 '사랑주는 남자' 장동건씨를 모델로 내세웠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