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코너] 중복투자와 파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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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자'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기부의 '2001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ㆍ평가보고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중복투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세부적인 과제단위로 내려가면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실제 연구개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벌과 편가르기, 보이지 않는 관료주의 등이 어우러져 독식과 전횡이 빚어지고 있다고 불평한다.
중복투자의 경우는 양면성이 있다. 흔히 두가지 이상의 사업이 서로 비슷하면 중복투자라 부른다.하지만 연구개발의 속성상 중복은 '잘 관리만 하면' 경쟁의 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투자가 임계규모(critical mass)를 넘어서면 오히려 중복연구를 허용,일정기간 경쟁시킨 다음 우수한 연구팀을 선별해 자원을 몰아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한곳을 잘못 선정해 끝까지 밀고나가는 위험을 줄이면서 보다 빠른 시일내에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연구저변을 확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비록 정부와 민간의 경쟁이긴 했지만 미국의 인간게놈지도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사회전체로는 중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속도경쟁을 불러일으켜 일정을 크게 단축시켰다.
어쨌든 중복투자가 잘 관리되면 경쟁효과가 있지만,우리의 경우 어디서 중복되는지조차 잘 몰라 그대로 낭비로 이어진다.
게다가 한쪽에서는 각종 평가외적 요인이 '신진 연구인력의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생산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틀린 일이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지나쳐선 안될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 직후 정작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정부연구소들에 대해 '개혁'이란 이름으로 이리저리 묶거나 구조조정을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몇몇 부처는 산하 평가기관을 빼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영역다툼을 벌이는 부처들이 각각 산하에 'OO평가원'등의 기관을 두고 사업을 선정ㆍ평가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유효경쟁이 보장되고 중복연구가 관리될지 정말 의문이다.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