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로펌' 전성시대 .. 금융.벤처.의료 등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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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벤처기업을 경영중인 K 사장은 며칠전 자회사 출자 문제로 법률 상담을 받기위해 대형 법무법인인 A 로펌을 방문했다.
다른 투자가들과의 조정이 시급해 자문 결과를 빨리 얻고 싶었지만 3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오지 않았다.
사정이 급했던만큼 벤처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B 부티크(소형전문로펌)를 소개받았다.
도저히 짬을 낼수 없어 오전 11시쯤 전화로 상담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9시쯤 사무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알고보니 B 부티크의 변호사였다.
그는 일목요연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K 사장은 회사와 관련된 모든 법률 문제를 B 부티크에 맡기고 있다.
K 사장처럼 특수 분야의 고객들에게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티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급부상중인 부티크=중병에 걸렸을때 무조건 종합병원을 찾기보다는 특정 질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클리닉'에 가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
장시간 대기한 뒤 고작 몇분 가량 진료받는데도 '거액'을 내야 하는 종합병원에 비해 친절한 설명과 충분한 치료 시간,저렴한 비용으로 무장된 클리닉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리는 대형 로펌과 부티크에도 적용된다.
대형 로펌은 대체로 외국기업 또는 대기업 사건을 주로 맡는다.
이에 반해 부티크는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이 모여 결성한 만큼 대형 로펌에 못지 않은 고급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부티크는 벤처 금융 의료 연예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기업들을 겨냥하고 설립된 법무법인 지평,IBC법률사무소,I&S비즈니스컨설팅그룹은 불과 1년여 만에 자문회사 수를 각각 1백∼80여개까지 늘리는 등 순항중이다.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펼쳤던 김주영 강용석 변호사 등이 활약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도 소액주주 소송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금융부티크로 자리잡고 있다.
법무법인 서정 한빛 우현 세현 등도 금융 전문 로펌으로 성가가 높다.
의료부문에선 최재천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한강과 낮은합동법률사무소의 전현희 변호사가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왜 부티크인가=우선 대형 로펌보다 인원이 적다.
회계사나 변리사 등을 포함해도 1개 부티크의 총인원은 10∼20명 안팎이다.
유지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수임료도 싸다.
통상 대형 로펌 3년차 변호사는 시간당 20만원 내외의 상담료를 받는다.
이에비해 대부분의 부티크 상담료는 대형 로펌의 50∼70% 수준이다.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대형 로펌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던 변호사들이 부티크를 차린 경우가 많아 고객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용어부터 설명해야 하는 일반 변호사에 비해 '말'이 잘 통한다는 지적도 있다.
밀착형 서비스도 부티크의 강점이다.
대형 로펌들은 담당 변호사와 약속 시간조차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부티크는 고객의 요구가 있다면 변호사의 방문도 주저하지 않는다.
H증권의 기업변호사인 Y변호사는 "로펌의 이름을 보고 사건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은 여러모로 낫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