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미국 재무부장관의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폴 크루그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가 비판하고 나섰다. 크루그먼은 1일자 뉴욕 타임즈 칼럼에서 "현재 달러화 고평가는 기술부문의 거품 현상과 닮았다"며 "달러화 하락은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평가된 달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무역적자를 지적했다. 90년대 이후 시작된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95년의 4배 수준인 4,500억달러에 이른 것은 심각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국내총생산의 4.5%에 이르는 이정도의 무역적자는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인도네시아나 한국이 기록했던 무역적자 비율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오닐 장관이 이러한 무역적자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중반 달러화가 급락하기 직전의 상태에서의 달러화 가치는 적정하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범했던 오류를 똑같이 범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국내 총생산만 증가하면 화폐는 고평가돼도 무방하다는 주장 또한 95년 외환위기 직전 멕시코 경제의 교훈을 잊은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달러화 하락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고평가된 달러는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 연준리의 노력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을 무력하게 하고 있다는 것. 물론 크루그먼이 달러 약세를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아니다. 그는 "95년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베이커가 강한 달러를 길들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이 효과가 있었는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하고 "달러는 베이커 전 장관의 정책이 없었어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달러 또한 정책과 무관하게 평가절하될 것이 뻔한데 오닐 장관은 강한 달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반복해 밝힘으로써 정책 능력의 신뢰성만 낮출 것"이라 주장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