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도 일본처럼 '유동성 함정'에 빠져드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超)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기업 설비투자나 가계소비는 좀체 늘지 않고 있고 통화당국이 돈을 풀면 곧바로 금융권으로 되돌아와 금융과 실물의 괴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금리(국고채)가 크게 떨어지는데도 주식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동일한 상황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총통화(M2)는 4백31조7천억원으로 작년말보다 50조6천억원(13.5%)이나 급증했고 외환위기가 닥친 지난 97년말(2백3조5천억원)에 비해서는 1백12%나 증가했다. 때문에 98년초 연30%를 넘나들던 콜금리는 현재 연 4.75%까지 내려왔다. 한은은 올들어 두차례(2,7월) 콜금리를 인하했지만 경기침체는 더욱 심화돼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통화당국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본형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그러나 "통화 유통속도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고 통화수요가 금리에 탄력적이지 않은 만큼 유동성 함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