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2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요청했던 50만㎾ 규모의 전력지원과 관련한 논의가 미국의 압력으로 중단된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정세현 국가정보원장 통일특별보좌역(전 통일부 차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이스트 아시안 리뷰' 최근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한측의 (전력)지원 요청이 있었고,남측에서도 협의할 용의를 갖고 있었으나 미국의 요청으로 논의가 보류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 특보는 "경수로대신 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쪽으로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력지원을 약속하고 실천에 들어갈 경우 미국의 대북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전력지원 문제는 북한이 북·미 대화의 선결의제로 요구하고 있는 데다 남북한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유인하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어 '미국의 압력에 의한 남북한간 전력논의 중단설'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을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정 차관은 이날 오후 통일부 기자실로 찾아와 "국정원 특보가 되기전인 지난 4월 구체적인 정보 없이 추정해서 쓴 내용이 최근 소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