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법원의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법정관리 처리 지연으로 인한 경영공백 장기화및 영업력 위축이란 부작용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월 회사정리(법정관리)법이 개정된이후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뒤 늦어도 7~8개월내에 인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경총이 수도권지역 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서 집계된 평균 16개월보다 처리 기간이 절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빨라진 법정관리제도=지난해 4월 이후 서울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는 모두 9개사. 이 가운데 동춘항운 대한통운 SKM 등 3개사가 인가를 받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에반해 동아건설 등 6개사는 인가를 받지 못한채 중도에 파산선고 등을 받고 말았다. 지난해 12월2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춘항운은 4개월 보름만인 지난 5월4일 인가됐다. 지난해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통운과 SKM도 7개월 보름만에 인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법 개정과 담당 재판부의 의지가 주요 이유=법정관리 인가 기간이 단축된 것은 무엇보다도 회사정리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는 '신청→개시결정→조사위원(회계법인 등)의 조사→인가'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정 회사정리법은 이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회계법인 등이 기업의 '생존가능성'을 평가하는 조사 단계를 개시 이후에 하도록 개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종전에는 개시결정 이전에 조사를 하도록 규정,개시결정이 나오는데만 평균 1년이 걸리곤 했다. 인가와 퇴출을 조속히 결정,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살리겠다는 서울지법 파산부의 '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현행법상 1년까지로 정해진 인가 여부 결정 기간이 7∼8개월 미만으로 준 것은 이 때문이다. ◇전망=법정관리 처리 속도는 한층 빨라지게 될 전망이다. '정리계획안 사전제출제도'가 지난 4월부터 도입돼 법원이 정리계획안 제출 명령을 내리기 전이라도 채권단이 개시결정 이후부터 정리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태제과에 이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서울지법 파산부 윤강열 판사는 "채권단이 제출한 정리계획안을 토대로 오는 9월말까지 해태제과에 대한 법정관리를 인가해 주겠다"고 밝혔다. 물론 인가결정이 빨라진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동아건설이 대표적이다. 거대기업의 퇴출 결정을 너무 빨리 내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환자'(법정관리기업)에게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