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면서도 공신력있는 경기전망으로 인정받았던 한국은행이 요즘 들어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뒤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낙관.비관론을 오가는 것은 물론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전철환 한은 총재는 지난달 5일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부동산값이 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일부 지역과 재건축아파트 등의 '국지적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부동산값이 계속 뛰자 지난주말(28일) 강연에선 "집값 전·월세값 상승으로 인플레 기대심리에 유의해야 한다"며 뒤늦게 부동산투기 경계론을 폈다. 한은은 또 지난 6월말 내놓은 '하반기 경기전망'에서 4.4분기 경제성장률이 5%대로 높아져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기대와는 달리 회복되지 않자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상승하지 않는 한 수출과 설비투자의 본격적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발을 뺐다. 한은은 그전에도 미국경기 회복시기, 국내경기 바닥시점 등과 관련해 여러차례 빗나간 전망을 내놓았다가 수정한 바 있다. 한은의 고민은 전 총재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난주말 강연에서 "정책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정보가 추가될 때마다 면밀히 검토해 정책방향을 미조정(Fine-Tuning)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젠 섣불리 전망하기 겁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