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맛있다고 평가하는 음식은 우리가 먹어도 역시 맛있다. 우리가 가장 맛있다는 음식도 외국사람이 먹어보면 맛있다고 한다. 정말 맛있는 것은 국경을 초월해 이렇게 서로 통한다. 요즘 '외국기업에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만들자'고 하지만,우리 기업들이 기업하기 힘들다면 처음부터 틀린 일이다. 우리 기업이 기업하기 좋아야 외국기업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30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놓고 정부와 기업이 여전히 티격태격한다. 기업의 불만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았는지 정부 내에서 완화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출자총액한도 제도의 예외인정 등 이미 완화를 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공정위 역시 불만이다. 최근 공정위의 발표자료를 보면 소관 규제의 정당성 홍보에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뭔가 딜레마가 보인다. 공정위는 '신축적인 실행 방식' 대신 '강압적인 실행 방식'을 고집하고, 기업은 '자발적 순응'이 아니라 '마지못해 따르는' 모습이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강압적 실행-마지못해 따르는 전략'이 '신축적 실행-자발적 순응전략'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위한 선택의 조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규제라고 해도,이런 상황이면 결과는 뻔하다.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초래돼 결국 '규제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공정위의 목적함수가 뭔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공정위 관료들의 명성 권한 영향력이라든지,공정위의 예산 또는 기능 확대의 극대화가 목적함수의 주된 변수가 아닌지 의심하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혹시라도 공정위의 고집에,규제 당사자의 사익이 관련돼 있다면 결과는 뭘까. 규제분야의 권위있는 학자인 니스카넨은 이미 30년 전에 명쾌하게 설명했다. "관료적 규제생산의 극대화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는 정도가 아니라,생산자든 소비자든 관계없이 사회적 잉여 전부를 소멸시킬 수 있다"고.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