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만났을 때 그의 손에 난 작은 생채기가 눈에 들어왔다. 김 행장은 "지난 주말 농장에서 밭을 매다가 다쳤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도 화성군에서 7백평의 농장을 가꾸고 있다. 배추 등 각종 야채를 직접 재배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김 행장은 이처럼 소탈하다. 스스로 '촌놈'을 자처한다. 주택은행에 와서도 행장 전용 엘리베이터나 임원식당 등 권위주의적 냄새가 나는 것은 철저히 없애버렸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누구보다도 야무지다. 주택은행의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그의 취임 당시 주택은행 주가는 3천원대. 3년이 지난 지금은 2만8천8백원. 9배 이상 뛰었다. 취임 첫 해 2천9백13억원의 적자가 올해는 상반기에만 5천7백1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능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무엇보다도 증권시장 바닥에서 익힌 '시장 파악능력'이 커다란 밑천이다. 그는 취임 첫 해 손실을 감수하고 과감히 부실자산을 정리했다. 시장이 원하는 바를 적극 실행한 것이다. 이에 외국계 투자자들이 주택은행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주택은행 주가는 은행주중 황제자리에 올랐다. 그의 '베팅' 실력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스톡옵션. 그는 주택은행장으로 부임하면서 월급은 단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입청구권)을 챙겼다. 그 결과 지금은 90억원대의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김 행장은 "주택은행을 국내 기업사상 처음으로 뉴욕증시(NYSE)에 상장시켜 대외신인도를 높인 것이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라고 평소 말해왔다. 이젠 그에게 합병은행을 어떻게 이끌어 세계 일류 은행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가 던져졌다. 합병은행의 총 사령탑을 맡은 그가 '금융개혁의 전도사'라는 별칭처럼 또 한번 금융산업에 변화의 태풍을 불러올 것인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