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나쁜데... 아예 공장을 세워 재고도 조정하고 설비도 보수한다"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생산현장이 다음주부터 무더기로 집단휴가에 들어간다. 물론 생산현장의 집단휴가는 올해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현장의 특성상 집단휴가가 차라리 관리에 편하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공장은 예년에는 집단휴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경기가 나쁜 탓이다. 교대로 휴가를 보내는 곳도 적지않지만 경기가 나쁜 업종의 경우엔 필수관리 요원만 남겨놓고 현장직원이 집단으로 휴가를 떠나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같은 회사내에서도 업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집단휴가 기간을 무려 9일씩 잡아놓은 곳도 있다. ............................................................... 삼성전자는 이달말부터 휴가를 실시한다. 가전사업부문의 경우 공장을 가동중단하고 휴가를 떠난다. 기흥 반도체공장이나 통신사업부문은 교대로 휴가를 보내 공장은 정상가동한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어 휴가철 분위기는 썰렁할 정도다. 예년 같으면 삼삼오오 모여 휴가계획을 자랑하느라 시끌벅적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휴가일정이야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휴가란 단어를 꺼내기가 왠지 편편찮다"고 전했다. 삼성전기의 경우 사업부문에 따라 휴가기간이 다소 차이가 난다. 짧은 곳은 4일,긴 데는 9일이나 쉰다. 경기 사정상 취해지는 휴가일정이다. PC등 정보통신업계 불황과 연계된 MLCC(초소형 콘덴서)사업부문은 휴가가 9일간이다. 휴가기간동안 공장가동도 중단된다. 23일부터 사업장별로 휴가가 시작된 LG전자도 마찬가지다. "경기사정에 따라 가동중단하거나 정상가동한다"는 게 LG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큰 PC용 브라운관 부문은 북미쪽 PC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 공장가동률이 90%로 떨어졌다"면서 "휴가기간중 공장을 일시적으로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구미와 광주공장 모두 일제히 1주일간 휴가를 실시한다. 휴가기간을 이용해 노후라인의 보수 및 이전작업을 하기로 했다. 28일부터(늦은 사업부문은 8월1일부터) 휴가가 예정된 삼성SDI의 분위기 또한 비슷하다. 한 여직원은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일본이다,미국이다 어디로 휴가 갈 것이냐는 인사들이 많았던 호경기 때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철강업체들은 집단휴가를 실시하되 공장은 그대로 돌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포항제철 인천제철 현대하이스코등은 이달말부터 8월초 사이에 휴가를 실시하되 생산은 정상가동키로 했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냉연강판 공급과잉으로 회사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단체 협약에 따라 집단휴가때 일정액의 휴가비를 지급키로 했다. 업종별로 볼 때 가장 형편이 나은 곳은 조선. 계속되는 대형 수주로 한창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조선업체 근로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집단휴가를 즐기겠다는 분위기다. '아예 쉴 땐 팍 쉬자'는 전략이다. 이달말부터 8월초까지 1주일 가량 휴가기간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조업을 중단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무리 호황이라도 한꺼번에 쉬는 게 생산효율을 더 높여준다"고 말했다. 조선 공정라인상 교대근무등이 불가능해 연간 조업물량을 정확히 계산해 놓고 편안히 휴가를 떠난다는 것. 자동차도 괜찮은 편이다. 7,8월중 자신이 원하는 기간을 골라 4박5일 정도를 쉬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돌릴 예정이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여름 휴가철. 전세계적인 불황에 올해 기업체들의 휴가철은 별로 즐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구미 소재 한 공장의 근로자는 "휴가기간동안 생산을 중단하는 만큼 공장에 가득 쌓여있는 재고나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현장의 휴가분위기를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