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로 신수요를 창출해 신시장을 개척한다" 세계적인 철강 불경기에 국내 업체들이 신기술 및 신수요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철강 수요부진, 공급과잉, 가격 하락 등에 따라 취하고 있는 불황탈출 및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포철은 세계 철강업계의 리더답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기술과 신수요 개발을 이끌고 있다. 포철이 야심작으로 추진 중인 신기술 가운데 하나는 차세대 철강제조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이다. 철강생산 원가와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 공법이 상용화되면 세계 철강 제조기술은 일대 혁신을 맞게 된다. 포철은 지난해 11월 1천4백30억원의 기술개발비를 투입, 연 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데모플랜트(시험설비)를 착공했다. 2003년께 완전 상업화, 가동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철은 철강재 신수요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가벼운 소재가 기존의 무거운 철강수요를 잠식해 들어오는데 대한 대응책이다. 지난해엔 1백28만t의 신수요를 개발했다. 올해엔 1백30만t의 신수요를 개발할 예정이다. 신수요 개발관련 조직도 5개팀에서 7개팀으로 늘렸다. 포철의 초경량 차체 개발은 신수요 개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98년부터 국제철강협회(IISI)의 자동차 경량화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환경보호, 원가, 안정성, 내구성면에서 다른 소재를 능가하는 초경량 차체를 개발해 현재보다 25% 정도 가벼운 자동차가 선보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포철은 이밖에 스틸하우스, 금속가구용 철강재 등 실생활과 밀접한 신수요를 개발하거나 생산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스틸하우스는 2005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수요다. 인천제철은 외국 품질인증을 획득해 수출길을 트고 외자재를 국산화, 수입대체 효과를 내는데 개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 2월엔 국내 처음으로 선박용 인버티드 앵글(ㄱ자형 형강)을 자체 개발했다. 인버티드 앵글은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수요가 늘고 있는 제품으로 연간 1백2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낸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 앵글을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터였다. 이어 3월엔 자동차 머플러 케이스용 고가공성 스테인리스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 연간 7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월에는 H빔에 대해 체코 정부의 품질인증인 '호몰로게이션 인증'을 획득했다. 그 결과 체코에 최초로 H빔을 연간 5천t 이상 수출할 수 있는 판로를 뚫었다. 동유럽지역 수출의 교두보를 구축한 셈이다. 6월에는 홍콩정부로부터 초고강도 저온 내충격용 H빔에 대해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철근, 형강제품의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후판제품의 경우 회수율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형강제품은 소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다양한 사이즈의 H빔 제품개발과 조선용 플랫바, 평철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동부제강은 전자제품 브라운관용으로 사용되는 강판인 고투자율 이너쉴드 개발, 일본에서만 생산되는 접착 캔용 철강재(TFS)의 최대 약점인 용접성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석도강판의 경우 품질개선 덕분에 델몬트, 하인즈, 피아트, 푸조자동차 등 해외의 대형 거래처 개발에 성공했다. 남들이 하기 귀찮아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면서 틈새시장 개척에도 열중하고 있다. 저가보다는 고가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7년 32개국이던 동부제강의 수출선은 현재 76개국으로 대폭 늘어났다. 현대하이스코는 연간 2백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책정해 신기술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투자에 힘입어 특허 16건, 실용신안 6건을 출원했다. 또 '60㎏급 이상 초고강도 고장력 강판' '크롬제거 내지문 강판' 등의 신제품 개발 15건, 신기술 개발 12건, 조업능률 및 품질향상 14건, 기초연구분야 8건 등 총 49건의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2003년께엔 자동차용 강판을 1백% 국산화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연합철강은 표면처리 강판의 신기능, 신패션 등에 집중하고 있다. 도료내의 성막 구성을 달리해 빗물로 자체 오염제거가 가능한 자기세정강판, 단색 컬러강판에서 벗어나 무늬와 패턴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저온전사형 그라비아 강판 등을 이미 개발완료했다. 여기에다 기존 용융아연도금강판에 비해 내식성과 가공성을 향상시킨 고내식성 도금강판, 핵심 전자 철강재료로 국내 전자부품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극박 합금도금박판 제조기술 등도 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이같은 끊임없는 신기술 및 신수요 개발이야말로 불황을 이겨내는 특효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철강업의 미래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은箏像?바로 여기에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