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촉진법안이 대폭 수정됐다. 국회 법사위는 구조조정 촉진법의 골격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부분 수정한 채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채권단 강제력이 삭제됐고 대신 대부분의 결정을 법원의 판단에 돌리도록 한 것이 수정안의 골자다. 재산권침해 논란이나 관련당사자들의 재판받을 권리 등이 존중된 결과다. 정부로서는 무리한 법안을 제출했다는 비판을 면키어렵게 됐다. 국회 법사위는 18일 쟁점사안으로 떠올랐던 채권금융기관의 독자적인 채권행사유예 권한을 대폭 제한하고 채권조정업무를 담당한 임직원의 면책 조항도 삭제해 버렸다. 당초 주채권은행이 채권단회의를 소집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채권금융회사의 채권행사를 유예시키도록 했으나 이 경우 채권금융사의 재산권 행사가 초법적으로 침해된다는 것이 국회의 판단이었다. 법사위는 그대신 금융감독원장이 전 채권금융회사에 채권행사 유예를 요청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금감원장의 요청에 강제성을 배제해 채권금융사가 자기판단에 따라 채권행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금감원과 채권단은 법에 근거한 채권유예가 아닌 단순한 행정지도 만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금융기관 임직원 책임에 대한 면책조항 역시 폐기됐다. 담당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는 근거에서다. 국회 수정법안이 채권단의 신규 대출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것도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법사위는 화의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채권단 신규대출자금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파산 등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갈 경우에는 일반채권과 동일한 변제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우선변제권을 부인해온 법원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따라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 반대매수시의 가격산정에 대해서도 개별 금융기관들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 주채권단의 운신의 폭을 상당히 제한했다. 법사위는 또 구조조정촉진법 대상이 되는 기업 범위를 신용공여액 5백억원 이상으로 하고 이를 법에 명시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