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인텔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외 증시의 모든 관심이 경기회복, 특히 반도체 경기회복 시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17일 세계 최대 컴퓨터칩 생산업체인 인텔이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 분기 매출이 63억달러로 당초 제시했던 매출액 범위 62억~68억달러의 하단에 들었으며 주당순이익도 12센트로 전망치 10센트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기대를 충족했지만 수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6% 감소했다. 게다가 이번 분기와 연말 매출액총이익률이 각각 47%와 49%로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분기 매출은 전 분기와 같은 62억∼68억달러로 전망했다. 인텔은 최근 PC시장 위축과 AMD와의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라 펜티엄Ⅲ프로세서 값을 최고 37% 인하키로 했다. 향후 매출 전망 범위의 상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에 따라 반도체경기 회복 시점을 좀 더 늦춰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BN암로는 인텔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수익악화 전망을 들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메릴 린치의 조 오샤는 "인텔의 이번 분기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반도체 경기의 둔화 지속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오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이 지난 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해서도 "엄청난 비용절감에 의해 이뤄낸 성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메리츠증권도 지난 16일 반도체 D램 경기가 내년 2∼3월께 최악의 시기를 맞을 것이며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전망은 인텔보다 직설적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러다인은 급감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노벨러스 등 관련업체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았다. 미국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 16일 올해 반도체장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5% 감소한 31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조너선 조셉은 반도체 경기가 오는 8월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한편 이같은 반도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업체들의 감산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후지쓰와 NEC가 이번 여름휴가를 이용해 감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세계 반도체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향후 6개월간 미국 유진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