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학교 차원의 사설학원 모의고사 응시를 금지시키고 대신 실시하는 '학력검사' 및 '학력성취도검사'가 고3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과목별 배점이나 총점이 수학능력시험과 다른데다 전국 석차 파악도 잘 안돼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원에 찾아가 모의고사를 보는 학생이 늘어나는가 하면 아예 학교 전체가 몰래 시험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에 못미치는 학력검사=올해 초 교육인적자원부는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 등을 내세워 사설학원의 수능대비 모의고사에 학교 단위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대신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시교육청과 교육부 주관으로 '학력검사'와 '학력성취도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수능을 감안한 시험이라면 최소한 기본적인 틀은 수능에 맞춰져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시험은 이를 크게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말까지 시행된 세 번의 시험은 만점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3월에 주관한 학력검사의 총점은 2백점이었고 6월말 교육부가 실시한 학력성취도 검사는 5백점이 총점이었다. 부산시 교육청 주관으로 지난 4월 전국적으로 실시된 시험만 수능과 같은 4백점 만점으로 출제됐다. 배점도 수능시험과는 달랐다. 수능은 언어와 사회·과학탐구영역의 배점이 각각 1백20점,수리와 외국어(영어)영역이 각각 80점이지만 학력성취도검사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5개 과목에 각각 1백점이 배정됐다. ◇현실과 정책의 괴리=교육부 평가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일반적인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지 수능 대비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3 학생들은 이 시험을 수능대비 모의고사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정작 시험을 주관한 교육부는 그런 의도는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교육 당국의 학력검사가 학생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자 일부 학교는 토요일을 이용해 사설학원의 모의고사를 몰래 치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의고사는 △예상 전국석차 △동일대학 지원자간 비교 등 수험생 입맛에 쏙 맞게 서비스해주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특정 학교가 사설 모의고사를 봤다는 신고가 매달 여러건 접수되고 있다"며 "제보받는 즉시 지도하고 있지만 사전 단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대책은 없나=수능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큰 만큼 교육당국의 정책이 좀 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도 오는 8월(서울시교육청)과 10월(교육부) 시험이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한 교사는 "파행교육을 막으려는 정책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석차를 알려주거나 시험 틀을 수능에 맞추는 정도의 보완은 있어야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