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협업 논의가 한창이다. 처지가 비슷한 몇몇 증권사가 전산망과 리서치센터를 통합 운용하거나 공동 모바일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대형증권사에 비해 시장점유율이나 전산시스템이 취약해 이대로 가다간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전산망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 증권사 대표들과 전산담당 임원은 최근 두세차례 회동했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문제가 걸려 있어 당장의 협상에는 진전이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김병윤 IT사업본부장은 "키움닷컴증권 한국투신증권 제일투신증권 등과 최근에 공동 온라인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각사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면서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회사가 1개만 생겨도 언제든지 전산분야 통합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리서치 부문을 아웃소싱(외부조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SK증권 이충식 상무는 "IMF경제난 이후 증권사 수가 급팽창한 증권업종은 구조조정이 안된 거의 유일한 분야"라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IT부문과 리서치 부문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한 분야에 애널리스트 20∼30명이 난립하는 전산과 리서치 분야엔 버블(거품)이 너무 많아 중소형 증권사끼리 협업을 통한 중복투자 줄이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동양 한화 교보 SK 신한 증권 등 5개 증권사 대표들도 이달초 모임을 갖고 PDA(휴대용정보단말기)를 이용한 공동 모바일 증권정보 제공 및 매매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증권사는 CDMA개발업체와 손잡고 기존 휴대전화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조회 및 매매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자유롭게 5개 증권사의 사이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IT분야 통합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