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앞으로 적어도 8년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 스포츠 대통령'의 역할을맡을 인물을 선택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IOC는 16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WTC)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신임IOC 위원 선출을 마친 뒤 무기명 비밀 투표로 새로운 수장을 뽑는다. 이미 베이징을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한 IOC는 이제 20여년에 걸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셈이다. 후보를 낸 국가(한국, 미국, 벨기에, 캐나다, 헝가리) 출신 위원과 사마란치 위원장에게는 투표권이 없어 122명의 IOC위원 가운데 107명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개인적 사정에 따라 총회에 불참하는 등 투표 참가 위원수는 1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사마란치'를 노리고 위원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는 한국의 김운용 위원을 비롯해 자크 로게(벨기에), 리처드 파운드(캐나다), 아니타 디프란츠(미국), 팔 슈미트(헝가리) 등 5명이지만 사실상 승부는 김운용-로게 양자 대결로 압축되어 있다. 디프란츠와 슈미트는 출마에 의의를 둔 정도이며 파운드 역시 '캐스팅 보트' 역할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어느 후보든 과반수 이상의 지지표를 얻으면 당선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길 후보는 아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5명 가운데 최소득표자를 탈락시키고 남은 4명을 대상으로 치르는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결국 선거 결과는 김운용, 로게, 파운드 등 3명의 후보가 대결을 펼치는 3차 투표에서야 가려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김운용과 로게, 2명의 후보 가운데 초반 대세를 휘어 잡을 경우 '될 사람을 밀자'는 분위기를 타 일찌감치 당선자가 확정될 수도 있다. IOC 총회를 앞두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뿐 아니라 미국의 지지까지 얻은 김운용위원 쪽에 무게가 실리던 것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을 선택한 뒤 '아시아에 두가지 선물을 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승부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국면이 됐다. 사마란치 위원자이 로게를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퇴임 후 수렴청정마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도 김운용위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백인이 독차지하다시피한 IOC 권좌에 도전한 김위원을 그동안 소외되어 온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데다 '올림픽 개최후보도 시방문금지'라는 지나친 윤리규정에 염증을 느낀 상당수 위원들의 향배가 김위원에게힘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 올림픽 운동의 방향을 결정한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IOC위원들 앞에 놓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