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11
수정2006.04.01 23:13
"자금시장을 살리자는 게 아니라 죽이자는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투신사 실무자 회의.
서울보증보험이 요청한 6천2백억원(투신사 부담은 4천8백억원)의 보증채무 탕감에 대한 투신사의 입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말도 안된다'는 논리가 주류를 이뤘고,당장 서울보증보험에 압류를 실시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분위기는 12일 저녁 열린 한국 대한 현대 삼성투신 사장과 서울보증보험 사장 모임에서도 그대로 전달됐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0일 재원부족을 이유로 투신사등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보증채무중 6천2백억원을 탕감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증채무가 7조2천억원에 달하는데 공적자금은 5조6천억원밖에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의 요구는 자금시장 전체를 마비시키겠다는 통보와 다름없다는 것이 투신업계의 한결 같은 시각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정부가 1백% 출자한 유일한 보증회사다.
이런 회사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회사채시장에서 보증채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대될 게 뻔하다.
보증보험의 기능상실은 회사채시장 및 자금시장의 마비로 연결되고,이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가경제를 더욱 어려운 난관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다.
투신사 재산은 회사재산이 아닌 고객재산이다.
보증채권을 깎아주면 투신사 수익증권에 가입한 고객들의 수익률은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보증보험의 고통을 투신사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꼴이다.
지난 99년 대우사태 이후 투신사는 '동네북'신세로 전락했다.
대우채 손실을 분담해야 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참해야 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투신사의 입장을 대변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투신사는 고객재산의 관리를 대행해주는 회사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간과한채 투신사를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와 똑같이 취급하다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