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수정거부에 대한 보복조치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4월 8종의 일본 역사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한 이후 최상룡 주일대사를 일시 소환한 것 이외에 이렇다할 조치들을 내놓지 못했던 정부는 12일 일본이 이를 시정할때 까지 파상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 했다. 이날 대책반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문화관광부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들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격하는 방책을 제시하고 나선게 이를 말해준다. 문화관광부=정부가 이날 일본 대중문화 추가개방을 중단키로 한 것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지난 98년 한.일 정상이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크게 훼손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그동안 이 공동선언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해왔다. 정부가 이번에 추가개방을 중단한 분야는 98년 10월 이후 3차례에 걸친 개방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던 나머지 분야들이다. 구체적으론 일본어 가창음반,오락방송 프로그램,성인용 영화,국제영화 미수상 애니메이션,국내에서 상영되지 않은 일반 극영화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비디오물,성인용 비디오,게임기용 비디오게임(프레이스테이션.드림캐스트.닌텐도) 등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상륙이 예상됐던 일본 대분문화의 한국상륙이 무기한 미뤄지게 됐다. 이중 성인용 영화나 비디오,가정용 게임기 등은 국내 수요가 많아 추가개방에 대비해온 일본 업계의 실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측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미개방 분야에 대한 추가개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상당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추가개방 대상은 정서적으로는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일본이 노리는 문화시장"이라며 일본의 관련업계가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일본어 음반의 한국내 판매가 안되면 일본 대중가수들의 내한공연도 성공하기 어렵고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한 중국진출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조치로 한.일간 문화교류도 전반적인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월드컵은 한.일간의 문제를 떠나 추진할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 우호협력관계 증진은 상당 부분 재조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민간차원의 문화교류가 줄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외교통상부=1단계 조치로 국제기구를 통한 대일 압박에 외교력을 집중키로 했다. 우선 오는 8월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인종차별 철폐회의에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방침이다. 8월6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키로 한 제9차 한.일 문화교류 국장급 회의도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이 회의는 문화.학술.교육.청소년.스포츠 분야 등 양국간 교류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란 점에서 양국간 교류.협의가 당분간 중단될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십 획득을 지향하는 일본의 "도덕성"을 집중 거론,일본을 고립시킴으로써 왜곡된 교과서를 재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반응을 주시하며 대응강도를 점차 높여 나간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의 성의있는 노력이 없을 경우 이달말 베트남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양국간 외무장관회담을 갖지 않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 반대도 대책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서화동.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