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불안하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일 국내외 여건의 불안에 매수세가 이어지며 1천300원대에 올라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환율 상승은 원화 값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수출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외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수입가격 상승으로 국내 물가관리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환율 급등은 달러 매수세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내외 경제 펀더멘탈 악화에 따른 외환시장의 반응이라고 풀이했다. ▲1천290원대 박스권 돌파, 1천300원대로 올라서 = 11일 원.달러 환율은 1천308원을 기록해 지난 5월이후 형성된 1천290원대의 박스권을 벗어났다. 지난 4월 초순 1천360원까지 폭등했던 환율은 대내외 여건과 수급상황의 안정에 힙입어 5월과 6월 두달동안 1천29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그 대금을 달러로 바꾸기 위한 물량이 흘러나오면서 이달 초순부터 환율은 약간씩 오르기 시작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의 악화, 동남아 통화약세,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 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일단 1천300원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1천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지 1천310원을 돌파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1천310원 돌파 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환율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의지 등도 주요한 변수여서 상승세가 어디까지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펀더멘탈 악화가 환율 상승 주요인 = 외환시장에서는 국내외 펀더멘탈악화에 따라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은 미국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연기금 투입에도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며 외화송금을 위한 매수세가 들어와 환율상승에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여전히 요원하고 국내 하반기 경기전망도 어둡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6%에서 4∼5%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경제 회복 지연시 연간 4% 수준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경제연구소들도 정보통신산업의 수출차질. 하반기 회사채 물량 부담으로 인해 경기 회복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 여건의 경우 동남아 통화불안,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에 따른 디폴트 선언우려 등 악재가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경제의 불안으로 세계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다 아르헨티나에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될 경우 신흥금융시장에 대한 투자회수 등으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 오름세는 국내외 경기전망 악화에 대한 외환시장의 반응"이라며 "원화강세를 뒷받침하던 경제펀더멘탈, 외환보유고 등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원화도 동남아 통화처럼 약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