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가 소송을 통해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된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는 10일 한국과 미국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박모(21)씨가 한국 국적 포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이탈 허가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80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게된 박씨는 병역대상 연령인 18세가 된 98년5월 법무부에 한국 국적이탈허가를 신청했으나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례가 나온 것은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박씨의 국적 포기를 허용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2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옛 국적법에 따르면 국적이탈 신청은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허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제한 사유를 규정한 법무부 예규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옛 국적법은 별도의 허가요건 없이 이중국적자는 법무장관 허가로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반면 98년6월 개정된 현행 국적법은 만 20세가 되기 전에 이중국적자가 된 자는 22세 전에 국적을 선택토록 하고 병역의무 대상일 경우 국적 포기를 제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씨의 경우 병역법이 개정되기 전에 소송을 낸 경우"라며 "현재 강화된 병역법이 시행중인 만큼 이중국적자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