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국내외로 좋지 않은 주변 여건으로 인해 상승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대기 매물에 대한 부담은 여전해 폭락한 주식시장의 영향력은 크지 않아 오름폭은 제한됐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2.40원 오른 1,296.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초 1,298원을 기록한 환율은 이후 오름폭을 줄여 대부분 거래가 1,296∼1,297원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변동폭은 불과 2.50원에 그쳤다. 위로는 물량 부담이 아래로는 주변 여건의 악화가 환율을 가로막고 섰다. 박스권내 안정적인 거래가 주를 이뤘다. 달러/엔 환율이 포지션 조정으로 인해 추가 상승하지 않은 것이 환율 안정에 기여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주변 여건은 환율을 올리고 싶어했으나 물량을 들고 있는 세력이 이를 막았다"며 "개장가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뒤 더 이상 오를 기미가 없자 주저없이 대기하고 있던 물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의 오름폭이 꺾였고 포지션 조정으로 내일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주가가 당분간 이렇게 나쁘면 하락에도 제동이 걸리므로 내일 범위는 크게는 1,292∼1,298원에서 작게는 1,294∼1,296원의 박스권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의 126엔 돌파와 나스닥의 폭락이 이어질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아무래도 나스닥이 폭락하면 달러/원도 영향을 받을 테고 달러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국의 환율 안정의지가 강하고 현 수준의 엔/원 환율은 무리가 없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어 나스닥이 폭락하고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가 있어도 크게 오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 주변 여건은 상승, 물량 부담은 여전 = 시장 주변 여건은 대부분 환율의 상승을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했다. 국내외 주가 폭락, 대규모 외국인 주식순매도, 엔화 약세 흐름 지속 등이 환율 상승을 이끌었으나 지난주 물량 부담을 안은 분위기도 이에 맞섰다. 이에 따라 장중 환율은 철저히 박스권내 거래로 일관했다. '탈출구 없는' 장세를 보인 셈. 달러/엔 환율은 126엔 상향 돌파에 실패하고 단기조정장세로 소폭 내림세를 보여 주로 125.50엔대를 가로질렀다. 지난주 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 지속과 외환당국자의 엔화 약세 용인 발언의 여진이 이어져 한때 126엔을 돌파한 끝에 3개월중 최고치인 125.87엔에 마감했다. 지난주 말 뉴욕타임즈는 달러 강세가 미국 경기회복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말해 부시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으로 달러 강세를 다소 주춤이게 만들었다. 또 무토 토시로 일본 재무성차관이 "일본 정부는 큰 폭의 환율 변동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달러/엔 추가 상승을 막았다. 역외세력은 개장 전반에만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의 흐름을 이어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매수를 비롯 소규모의 신규수요도 보였으나 매수세를 촉발하지 못하고 이내 사그러들었다. 업체는 적극적인 거래에는 나서고 않았으며 1,297원선에서는 네고물량을, 1,295원선에서는 결제수요를 보였다. 은행권에서도 1,295원선에서는 저가 매수에 나섰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4원 오른 1,298원에 출발했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26엔대를 경험했던 엔화 약세를 보고 매수세가 붙어 1,300/1,302.50원에 마감된 것을 조금 반영했다. 다음 거래가 1,296원으로 되밀린 뒤 환율은 한동안 1,296∼1,297원에서 등락하다가 물량 공급으로 1,295.5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이후 환율은 1,296원을 축으로 좌우왕복하다가 달러/엔 낙폭이 커질 것을 예상하고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던 일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로 소폭 오르며 1,296.6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96.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힘겹게 오름세를 타 1,297.2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지만 추가 상승은 번번히 좌절됐다. 오후 3시를 넘어 환율은 물량에 다소 밀리면서 1,295.9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으나 추가하락도 저지당하고 되올라 1,296∼1,297원 범위에서 이동하다가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틀 내리 1,000억원이 넘는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다.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812억원, 63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 20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인 주가와 환율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지난 금요일 순매도분과 함께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역송금수요로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국내 주가는 뉴욕 증시의 급락을 따라 18.54포인트, 3.20%나 급락하며 560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98원, 저점은 1,295.50원으로 하루 이동폭은 불과 2.50원에 그쳐 지난 금요일과 같은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3억6,8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6,03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5,210만달러, 4억6,770만달러가 거래됐다. 10일 기준환율은 1,296.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