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54
수정2006.04.01 22:57
지난 6일 금융감독위원회 기자실로 내려온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간부들은 두가지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론 무거운 짐을 덜어 홀가분해 하면서도 언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우려된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브리핑 내용은 '금융 소프트웨어 개혁 추진방안'.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 등 핵심간부 12명이 지난 5월부터 1개월반 동안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내놓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브리핑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 그 자체였다.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금융권의 소프트웨어 개혁을 위해서는 여신관행 등 4대 부문에서 10가지를 개혁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하나씩 소개해 나갔다.
브리핑이 시작되면서 귀를 기울이던 기자들은 10분여가 지나면서 서로를 보면서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새로 듣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
정부가 지난 2월 "이제는 금융 소프트웨어 개혁"이라고 화두를 꺼낸 이후 정부에서 간간이 발표했던 내용을 짜깁기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새 내용이 없다보니 어떤 사항은 '재고', 어떤 점은 '정비' 또는 '점검'하겠다는 식이다.46페이지짜리 자료에 무려 5개의 태스크포스팀이 등장한다.
한 기자가 물었다.
"도대체 핵심내용이 무엇입니까" 김 국장의 대답은 궁색했다.
"소프트웨어 개혁은 금융회사 스스로가 인식과 관행을 바꾸는 겁니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나요"
그의 말대로라면 금감위가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는 셈이다.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업체들 얘기는 들어보셨나요" 얼버무린 대답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쪽 얘기도 들어보기는 했는데…"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게 이 자료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정부는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만 얘기하는데 금융시장의 중요한 한축인 자신(감독당국)의 소프트웨어 개혁에 대해선 왜 일언반구도 없는 겁니까.게다가 업체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면서 당사자 얘기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책상머리에서만 아이디어를 짜내는 관료들의 소프트웨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