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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섬업계 구조조정 딜레마] (中) 말뿐인 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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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감을 고르는 시어머니의 눈이 높으니 혼인이 이뤄질 수 있나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새한의 인수에 군침을 흘리는 섬유통합법인 휴비스와 한.일 합작법인 도레이새한의 임원들이 새한의 주인격인 산업은행이 새한의 매각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는 것을 놓고 하는 말이다. 채권단은 현재 새한의 구미공장을 본전(투자비)을 뽑는 4천억~5천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 반면 원매업체들은 설비가 워낙 낡아 땅값(11만평) 정도인 2천억원선이 적정 시가라고 평가했다. 화의중인 금강화섬의 인수를 위해 흥정중인 코오롱도 금강화섬의 옛사주인 민성기 회장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자율로 추진 중인 화섬업계 통합구조조정은 논의는 무성하나 열쇠를 쥔 채권단이 뒷짐을 지면서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화섬업체의 한 사장은 "가만히 있으면 대출금 이자를 그런 대로 챙길 수 있는데 괜한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면피주의가 채권단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업체에 파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업체에 싸게 판다면 특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채권단이 손실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도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화학섬유 면방 철강 제지 시멘트 농기계 등 7개 업종의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긴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반도체 등 7개 업종의 1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의 후유증이 심각했기 때문. 형식상 업계 자율이지 쉽게 말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키를 쥐고 있다. 정상적인 효성 휴비스 코오롱 태광산업 등을 제외하고 워크아웃·화의 중인 고합 새한 동국무역 금강화섬 등 4개사의 주인은 산업은행. 산업은행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설비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화섬업계의 미래지도가 달라진다. 산은은 90년대 말 화섬업체들에 시설자금을 무모하게 빌려줘 부실을 키웠다. 그런데도 담보를 잡은 산업은행은 매각대상 회사를 서둘러 팔 필요가 없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구조조정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이 계속되면서 한국합섬 등 정상기업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할 수 없이 한국합섬도 미국 유니파이사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실패한 기업주의 수렴청정도 화섬업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다. 워크아웃이나 화의 중인 기업의 일부 옛사주들이 뒤에서 입김을 불어넣으며 부실덩어리인 회사의 경영정상화보다는 경영권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 이재덕 연구위원은 "적정한 시장가격 형성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화섬업체 수를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3∼4개 메이저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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