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장에 태평양과 현대자동차가 있다면 코스닥시장엔 삼영열기와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있다' 코스닥시장이 무기력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가치주'들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서 태평양과 현대자동차가 대장주중에서도 '왕건주'로 부각됐다면 코스닥시장에선 삼영열기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맞불을 놓고 있다. 내수관련주로 상장업체인 백화점들이 매수세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처럼 등록업체인 화장품 업체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수익률로 봐도 거래소'형님'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올들어 태평양과 현대자동차는 각각 1백30%와 1백50% 올랐지만 코스닥 가치주 열풍의 중심에 섰던 전자화폐 테마의 선두주자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는 무려 3백65%나 올랐다. 삼영열기의 상승률도 1백93%나 된다. 대장주 기싸움에선 코스닥종목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IT(정보기술)관련주들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가치주가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코스닥 가치주들의 선전은 '거래소 따라잡기'를 넘어 시장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추세가 살아 있다=코스닥 가치주들은 시장이 8일만에 강보합권으로 돌아선 27일 하락세를 보였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만 0.4% 가량 올랐을뿐 나머지는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추세가 하락 전환됐다고 얘기하는 시황분석가들은 많지 않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그동안의 상승폭에 비춰 미미하고 지지선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는 이날 6.06%의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3천원대를 유지했다. 더존디지털웨어도 3만9천원대를 지켜냈다. 일부에서는 최근 주가 상승세에 비춰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D증권 시황팀 관계자는 "거래소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지수하락이 컸던 지난 26일 코스닥 가치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하방경직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IT관련주들이 방향성을 찾기 전까지는 코스닥지수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드러진 내수주 강세=최근 시장에선 내수·소비재 관련주가 급상승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실적호전과 소비심리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소시장의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은 올들어 1백% 가량 주가가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올들어 1백74%,신세계는 1백13%의 주가상승률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코스닥시장의 화장품 관련주는 이들 백화점주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다. 코리아나는 지난해 말 2천3백50원이던 주가가 4천6백원대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등록후 기술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해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등 주가부양에 나선 데다 최근 외국인 매수가 가세하면서 상승폭을 넓혔다. 교보증권 최성호 과장은 "거래소 대항마격인 코스닥종목들은 '묻지마 투자'처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을 보이지 않고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코스닥 가치주들의 강세는 단순히 거래소를 뒤좇는 일회성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