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가 무뎌진 것일까 미국 금리인하 폭 결정을 앞두고 뉴욕도 서울도 시큰둥하다. 올들어 다섯 차례 금리인하 중 예정된 세차례에서 그랬듯이 모두가 예상한 금리인하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났다. 또 과연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냐는 의문이 더해지면서 선취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후 상승이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 기대가 아닌 하반기 세계 경기회복에 초점이 맞추진 점을 고려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리인하 기대감과 연기금을 바탕으로 한 저가매수세가, 상승 엔진을 가동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하방경직성을 공고히 하리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닷새에 걸친 600선 안착에 실패하자 실망매물이 출회되며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580대까지 밀렸고 기술주 위주의 코스닥지수는 60일선과 120일선을 차례로 하향 돌파, 74선으로 주저앉으면서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깼다. 수요일 증시 역시 금리인하 재료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겠지만 '가격'만으로 접근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반등 시도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심리가 금리인하 자체보다 그로 인한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반등이 있더라도 기술적 수준에 그칠 것이다. 거래량 급감 추이도 반등에는 큰 짐이다. 이날 5일거래량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하향 돌파하는 단기거래량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추세를 바꾸기 위해선 거래량이 터지며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시장체력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모멘텀이 메마른 가운데 경기회복 신호도 요원하다. 이달 25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6억1,9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올 들어 같은 기간중 적자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지수관련 대형주, 금리인하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주, 최근 반도체, 통신주 공백을 메우며 대안으로 떠오른 실적주와 내수관련주 마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신중하게 포트폴리오 재편을 염두에 둘 것을 지적한다. 아울러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저점을 낮출 시점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통신 관련주가 바닥을 짚지 못하고 지수관련 대형주에 매수 욕구를 느낄 수 없어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뉴욕증시가 불안한 현지수대에서는 주식보유를 최대한 줄이고 현금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반등시 마다 현금확보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그는 "580선이 무너지면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둔 저가매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에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내수 관련주와 금리인하와 구조조정에 모두 수혜주로 걸려 있는 은행주에 국한할 것"을 권했다. 금리인하를 하루 앞둔 화요일 뉴욕증시는 전날 장 종료 후 시간외거래에서 통신용반도체업체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스가의 실적경고로 반도체 등 기술주가 하락한 것이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 마감 뒤 에는 3콤과 팜이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컨퍼런드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 5월 내구재주문, 신규주택판매 등도 이날 나온다.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는 이날부터 이틀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갖는다. 금리인하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 효과를 급격히 감소한 실적이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 대형주, 여전히 부담 =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31포인트, 1.56% 내린 588.71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74.53으로 3.15포인트, 4.06% 급락했다. 둘다 한달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거래량이 이틀 연속 3억주대에 턱걸이하고 상승종목수가 140개에 그치는 등'사자'세력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통신, 반도체 등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대부분 종목으로 확산됐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실적주에까지 여파가 미치며 매수욕구를 잠재웠다. 특히 지수관련 대형주는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를 400억원 가량 앞섰고 연기금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약세를 보여 향후 장세 전망을 어둡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1일 이후 두달 보름만에 19만원 아래로 내려섰다. 모건스탠리 딘 위터와 도이치방크는 반도체값 하락을 들어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파장이 이어질 지 관심거리다. SK텔레콤은 자사주 매입 완료와 NTT도코모와의 제휴 무산 우려로 한때 20만원을 내주기도 했다. NTT도코모는 26일 주총을 열었으나 SK텔레콤과 제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DR발행을 앞둔 한국통신공사는 이틀 강세를 뒤로하고 내림세로 돌아섰고 포항제철도 10만원대를 내줬다. 반도체 가격?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고 세계적인 통신주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경기 회복도 방향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가지수를 좌우하는 이들 지수관련 대형주가 경기침체와 재료 부재 속에 상승 모멘텀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수를 보고 투자하기엔 버거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추세를 바꾸기전까지 투자심리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들 종목에 대한 접근은 좀 더 미루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낙폭과대' 논리로 접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 쉬는 것도 투자 = 신세계, 태평양, 전기초자, 롯데제과 등 한차례 조정을 거치고 재도약하던 가치주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개별종목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른바 '태평양칩'으로 표현되는 이들 실적호조 업종대표주는 전날 가격메리트가 사라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재차 신고가를 냈었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가치주 랠리의 특징은 덜 오른 종목 찾기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편 '가는종목만 계속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날 조정이 일시적으로 판단되긴 하지만 추격 매수는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적호조 추세와 시장지배력을 가친 가치주에 대한 애정은 끊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들 종목이 상대적으로 경기에 강한 데다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달리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가치주는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조정을 거친 뒤 종목별로 추가상승을 모색할 것"이라며 "반기 실적 발표전까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선도 가치주는 조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며 "선조정을 받은 은행, 건설 등 저가대중주가 단기 투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그러나 "추세 전환에 실패하고 580선이 무너질 경우 침체국면이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레벨업했던 지수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제자리 찾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바닥을 확인하고 투자에 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