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6시간여를 달려야 도착하는 장쑤(江蘇)성 남부의 농촌 마을인 화시춘(華西村). 이곳 분위기는 전혀 중국 농촌답지 않다. 잘 정돈된 공장, 호화로운 별장, 화려한 상가 등이 빼곡하다. 주민 수는 약 1천5백명. 이들은 생활고에 찌든 다른 농촌주민과는 달리 중국 최고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판 무릉도원.' 중국인들은 화시춘을 두고 이렇게 부른다. '중국제일촌(中國第一村)'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화시춘은 면적이 0.96㎢에 불과한 춘(村.중국의 최하위 행정단위, 한국의 '리'에 해당)으로 3백80여가구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4백∼5백㎡의 넉넉한 집에서 살고 있다. 가장 가난한 집의 재산은 1백만위안(1위안=약 1백60원)이 넘는다. 대부분 1천만위안 이상의 예금을 갖고 있다. 작년 근로자 평균 연수입은 6만위안을 넘었다. 화시춘 주민의 부는 이 마을 향촌기업인 '화시춘 집단(그룹)'에서 나왔다. 화시춘 그룹은 산하에 섬유 복장 철강 등 58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화시춘 주민들은 모두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화시춘 마을 자체가 화시춘 집단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화시춘은 노동력 흡수를 위해 화밍(華明) 치엔진(前進) 등 이웃 4개 춘을 '합병'하기도 했다. 화시춘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화시춘 집단이 지난 99년 8월 선전증시에 상장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당시 발행가 8.3위안(액면가 1위안)에 3천5백만주를 상장시켰다. 당시 언론들은 '한 마을이 통째로 증시에 상장했다'고 이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화시춘 주가는 22위안. 그룹의 매출액은 지난해 35억위안으로 올해 4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판 무릉도원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중국 영도자들이 "화시춘을 배우자"라고 역설하면서 이곳을 찾는 '교육생'들이 늘고 있다. 작년에만 1백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관광산업이 짭짤하다. 무릉도원을 만든 주역은 춘정부 당서기 겸 화시춘 그룹 총재인 우런바오(吳仁寶)다. 그는 지난 93년 미국 홍콩 대만 등을 뛰어다니며 자금과 기술을 모아 화시춘 그룹을 만들었다. 우 총재는 화시춘에서 '진정한 행복은 개인의 부가 아닌 공동체의 부에서 나온다'는 그의 지론을 현실화하고 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