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그는 1천8백년 전 아펠레스가 그렸다는 걸작 "바다 거품에서 태어나는 비너스"에 관한 얘기를 읽고 그것을 능가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작품은 전해지지 않아 비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심하던 그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구해 꼼꼼히 들춰보다가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영감의 빛에 온 몸을 떨었다. 그길로 곧바로 올림포스의 산정으로 날아올랐고 키프로스의 금빛 해안으로 달려갔다. 그는 눈먼 시인의 상상력에 붓을 적셔 눈부신 예술을 꽃피워낸 것이다. 미술사학자 노성두씨와 함께 떠나는 서양 미술사 여행. 독일에서 서양미술사와 고전고고학 등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최근 펴낸 책 "유혹하는 모나리자"(한길아트,1만5천원)에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미술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우리 눈에 확대경을 대어주듯 세밀하게 그림을 감상하도록 이끈다. 그리스.로마 조각과 건축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하녀"에서 가늘게 떨어지는 우유 줄기가 시선을 확 끄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림 왼쪽의 창틀을 따라 소실선을 그어보면 하녀의 오른팔보다 조금 위쪽에 감상자의 시점이 있기 때문에 우유 단지를 기울이는 동작과 흘러내리는 우유 줄기에 눈길이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미술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자가 팔을 기대고 잠들어 있으면 나태를 의미하며 청어는 남성 성기,양파는 최음제,저울은 균형의 덕목,맷돌은 노동과 끈질긴 품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1부 "르네상스의 빛"에서는 카라바조의 "마태오 간택",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등 15점의 명작을 보여주고 관련 얘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2부 "고대의 그늘"에서는 페르가몬의 "제우스 제단",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내",뤼시포스의 "때 미는 남자"등 16점을 만날 수 있다. 로마인의 종합놀이 시설이었던 카라칼라 대욕장과 하드리아누스의 비밀정원,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초상조각품에 얽힌 얘기도 들려준다. 그는 이번 "노성두의 미술 이야기 1"을 시작으로 계속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