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불안에 지수선물이 이렇다할 반등시도 없이 사흘째 흘러내렸다.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매도규모를 확대하며 나흘째 순매도에 나섰고 이에 휘둘리며 선물시장에서도 매도규모가 늘어나는 등 단기 수급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선물시장의 경우 6월물 만기 이래 9월물이 최근월물로 등극하면서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단기 매도나 비중축소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옵션도 콜옵션 매도와 풋옵션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 20일 코스피선물 6월물은 전날보다 1.60포인트, 2.13% 떨어진 73.55로 마감했다. 시가 74.00에서 시작해 하루최고치인 74.40마저 상승권에 속해보지 못한 가운데 73.2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베이시스는 여전히 콘탱고를 유지, 프로그램 매수가 차익 425억원, 비차익 940억원 등 1,365억원에 달했으나 지수하락을 막는 데 그쳤다. 매도는 차익 365억원, 비차익 380억원 등 745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여드레만에 반등했으나 이레 하락으로 깨진 2,000선 회복이 무산됐고 반등폭도 기술적 반등 수준도 안되는 4포인트에 그쳤다는 점, 다우지수 역시 동반 하락하는 등 미국 주가가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주 중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첨단과 전통을 아우르는 지수관련 대형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하루하루 약세쪽으로 휘둘리고 있다. 미국 증시불안이라는 시장위험과 함께 개별위험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 지속, 한국통신은 해외 DR발행에 따른 수급 문제, 한국전력은 달러/원 환율 상승, 포항제철은 해외 자회사 투자실패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2,000선 안팎 등락을 염두에 두며 시장중립 요인이라고 생각했던 견해 속에서 나스닥의 2,000선 완전 붕괴 가능성을 염려하는 보수적인 목소리들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LG투자증권 금융공학팀의 정승욱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 2,000선 완전 붕괴가 결정타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급락할 상황이라기보다는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의 이종원 연구원은 "나스닥이 2,000선 회복에 실패하는 등 좋은 소식 들려오지 않아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일단 미국 시장을 지켜본 뒤 73과 72선이 어떻게 유지되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의 DR 할인발행이 마무리된 뒤 AIG의 현대투신 인수 문제나 GM의 대우차 매각 협상이 다소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구조조정 재료 공백상태에서 미국이 보합권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흘러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더 빠지겠느냐'는 시각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6,000억원을 운용할 13개사를 선정하고 자금배정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점은 향후 증시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의 정승욱 연구원은 "선물 9월물 상장 이후 외국인의 매도는 본격적 매도보다는 단기 불안감에 따른 조정으로 이해된다"며 "장중 낙폭이 더 커지지 않은 것은 상승기대감이 살아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투자 등이 심리적 안전판 역할은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